[법조계에 물어보니 87] 이승기 vs 후크 권진영 소송전 돌입…핵심 쟁점은?

이승기, 후크 권진영 대표 업무상횡령·사기 혐의 형사 고소…"정산금과 상당한 차이 있어"

후크, 48억 1000만원 일방적 송금…채무부존재확인소송 제기, "갚을 돈 다 갚았다" 의미

법조계 "후크 측 사실상 혐의 일부 인정…유무죄 아닌 '미지급 음원 수익' 규모 및 '형량' 쟁점될 듯"

"후크 송금·소송, 형사소송서 형량 줄이려는, 유리한 증거 위한 것…결국 집행유예냐, 아니냐의 싸움"

권진영 후크엔터테인먼트 대표(좌)와 이승기(우) ⓒ 후크엔터테인먼트(좌), 이승기 인스타그램(우)

가수 이승기 측이 '음원 수익 미지급' 사건 관련해 후크 엔터테인먼트(후크) 권진영 대표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업무상횡령·사기) 혐의로 지난 22일 형사 고소했다. 후크 측도 이승기에게 48억여 원 가량의 돈을 입금한 직후 채무부존재확인소송(민사)을 제기해 양측이 본격적인 소송전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법조계에서는 후크 측이 48억 1000만 원을 송금한 시점에서 권 대표가 혐의 일부를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번 민·형사상 소송전의 쟁점은 유·무죄가 아닌, 양측이 파악한 '미지급 음원 수익' 규모와 '형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후크 측의 송금과 민사소송이 '형사소송 양형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라는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횡령 사실을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형량이라도 줄이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23일 이승기 측 관계자에 따르면 후크는 고소장이 접수되기 전인 16일 음원 사용료 미 정산금 및 광고료 편취액, 지연이자 등 명목으로 두 차례에 걸쳐 48억 1000만 원을 송금했다. 송금 과정에서 이승기 측과의 합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후크는 이승기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은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갚을 돈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목적으로 하는 소송이다. 이승기에게 송금한 48억 1000만 원으로 '갚을 돈을 다 갚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반면 이승기 측은 후크에서 입금한 액수가 이승기가 파악하고 있는 정산금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반소를 제기할 계획이다.

법조계에서는 후크 측이 48억 1000만 원을 송금한 시점에서 권 대표가 혐의 일부를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이번 민·형사상 소송전의 쟁점은 양측이 파악한 '미지급 음원 수익' 규모와 '형량'이 될 전망이다. 횡령 금액이 5억 원을 초과할 경우 특경법이 적용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진다. 액수가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으로 가중 처벌된다.

채희상 변호사(법무법인 진실)는 "후크 측의 송금과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은 형사소송에서 유리한 증거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재판에서 횡령 금액을 변제한 부분이 참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사 과정에서 추가 횡령 사실이 드러나면 그만큼 혐의에 금액이 추가된다"고 덧붙였다.

ⓒ 이승기 인스타그램

조의민 변호사(착한법률사무소)는 "결국 집행유예가 나오냐, 안 나오냐의 싸움"이라며 "고의성·기망 의사·불법 영득 의사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형사소송에서 치열하게 다툴 것 같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일단 횡령 혐의는 인정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피고소인 모두 징역형을 받을 것 같진 않고, 누구 하나는 징역형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조 변호사는 후크가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한 이유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다 정산하고 깔끔하게 마무리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언론플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경제 범죄의 경우 피해자의 피해 회복 여부를 중점적으로 본다. 양형에 미칠 영향을 노리고 최대한 빨리 금액을 계산해서 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무부존재확인소송에서 후크 측이 승소하면 공식 인정되는 '미지급 음원 수익·광고료'는 48억 1000만 원이다. 이 경우 형사 재판부에서는 횡령 금액 전부를 변제한 것으로 판단, 선처 가능성이 생긴다. 반면 후크 측이 패소하거나, 검찰 조사 과정에서 추가 횡령액이 드러나면 형사 재판부는 횡령 금액 중 일부만 변제했다고 보고 실형을 선고할 확률이 높아진다. 또한 형사소송이 민사 소송보다 빠르게 끝날 경우 형사소송 결과가 민사소송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형사소송과는 별개로 민사소송의 경우 지루한 싸움이 이어질 전망이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이승기 입장에서는 (피해액을) 계산해야 한다"며 "자신이 십수 년 동안 일해서 번 매출, 이 가운데 필수 비용을 공제하고 받은 돈이 얼마인지, 받은 돈이 계약에 따른 정상 액수에 비해 얼마나 모자라는지 다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십여 년이 지났으니 소멸시효가 완성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서 소송전이 장기화할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승기 측은 자신들이 계산한 미지급 음원 수익 규모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승기 측 관계자는 "이제 본격적으로 법정 공방이 벌어지는 부분이어서 말씀드리기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못 받은 돈이 후크가 지급한 정산금의 2배 이상 되느냐'는 질문에도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어서 딱 말씀드리기 어렵다. 법정에서 밝히는 게 나을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