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여론조사서 당대표 선호도 상위권
'온건한 정통보수 성향' 지지층 보유
접전 상황서 캐스팅 보트 쥘 수도
몸 낮춘 주호영 "여론조사서 빼 달라"
신년을 맞이해 실시된 복수의 국민의힘 당대표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주호영 원내대표의 지지율이 10% 안팎을 기록해 정치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출마 의사를 밝히지도 않았으며, 현직 원내대표로서 '관리자' 위치에 있음에도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뉴시스 의뢰로 에이스리서치와 국민리서치그룹이 지난달 27~29일 전국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당대표로 주 원내대표를 선호하는 국민의힘 지지층은 8.1%로 집계됐다. 이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30.8%), 안철수 의원(20.3%), 김기현 의원(15.2%)에 이어 네 번째였다. 심지어 이미 당권 출마를 공식화한 일부 주자들 보다 높은 수치였다.
MBC 의뢰로 코리아리서치가 지난달 28~29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선두 그룹과 격차가 더 줄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주 원내대표 지지율은 7.9%로 나 부위원장(21.4%), 안 의원(18.0%), 김 의원(12.8%)에 이어 역시 네 번째를 기록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가능>
이는 여야 협상 과정에서 쌓은 주 원내대표의 인지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소수여당의 원내사령탑으로서 수차례 협상과 결렬을 반복하며 예산안을 처리한 게 대표적이다. 협상 결과를 두고 당 안팎에서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지만, 준예산 사태라는 파국을 막고 '여야 합의'라는 가치를 지켜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밖에 국정 감사장에서 필담으로 논란이 된 강승규·김은혜 수석을 퇴장시킨 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만나 아픔을 위로하고 국정조사 특위를 정상화시킨 점 등도 평가를 받는 대목이다. 당내 강경파와 차별화되는 독자적인 노선을 걸으며 정치적 생명력은 더 커진 셈이다. 또한 두 번의 당대표 선거를 직접 뛰면서 지지기반이 건재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에서 특히 주 원내대표 지지율에 주목하는 이유는 상황에 따라 이번 전당대회의 캐스팅 보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만 보면, 산술적으로 주 원내대표 지지율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선두그룹의 순위가 뒤바뀐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에 처음 도입된 결선투표제를 고려하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주 원내대표를 지지한 계층을 살펴보면 연령은 60대 이상이며 정치 성향은 보수, 지역적으로는 대구·경북이다. 합치면 정통보수의 색을 가지면서도 온건하고 점잖은 우리 당 지지층으로 볼 수 있다"며 "선거가 치열하게 전개되면 양적으로는 이들의 표심이 당락을 가르는 요인이 될 수 있고, 질적으로도 보수의 본산이라는 상징성 면에서 중요하다"고 했다.
물론 주 원내대표는 현직 지도부로서 특정 후보나 계파에 힘을 실어줄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다. 친윤계 후보들 사이 '윤심' 경쟁이 치열해지자 "바람직하지 않다"고 제지하는 동시에, 안철수·윤상현 의원의 '당대표 후보 수도권 출마론'에도 "큰 선거를 앞두고 함부로 할 일은 아니다"고 지적하며 중심을 잡았다.
본인의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전날 BBS 라디오에 출연해 "사실은 제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다가 가처분 때문에 물러났고, 또 원내대표를 하게 됐으니 차기 지도부를 잘 뽑아줄 의무가 저에게도 있다"면서도 "차기 지도부를 구성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 출마를 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다. 사실은 조사에서 제 이름을 빼는 게 맞다"며 몸을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