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출 연체 약 1500억
시장 침체에 금융당국 '주의'
메리츠화재의 기업대출이 최근 한 해 동안에만 3조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단숨에 8조원을 훌쩍 뛰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조다.
최근 부동산 침체에 따른 손실 위험 확대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메리츠화재의 부동산 PF 리스크 관리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의 기업대출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8조37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5%(2조6962억원) 늘어났다. 이 기간 주요 생명·손해보험사 24곳 중 기업대출이 조 단위 증가폭을 보인 곳은 메리츠화재가 유일했다.
메리츠화재의 기업대출은 주로 부동산PF로 구성돼 있다. 부동산PF 대출은 건설업체가 아파트·오피스텔·상가 등 개발사업을 할 때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받는 자금을 말한다. 금융사는 직접 대출 또는 채무보증을 제공하고 수수료와 이자를 받는다. 그러나 미분양 등으로 개발사업의 수익성이 악화하면 금융사는 대출금을 떼일 위험에 놓인다.
문제는 최근 가라앉는 부동산 시장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위원은 "글로벌 금리인상 파도와 더불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원자재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까지 가중되면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금리와 부동산은 반비례 관계로 금리가 크게 오르면 부동산 가격은 맥을 못 춘다"고 말했다.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며 부동산 시장 침체도 계속된다는 얘기다.
이에 최근 건설사들은 공사대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등의 악재를 겪으면서 부동산PF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메리츠화재의 부동산업 및 임대업 대출채권 연체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9월 말 14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5.3%(1340억원) 폭증했다.
이같은 상황을 인지한 금융당국은 부동산PF 사업에 관한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하고 나섰다. 지난달 보험사 대상으로 진행된 내부통제 워크숍에서 대체투자 및 부동산 PF 대출이 증가하면서 향후 손실발생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며 대응책을 강구할 것을 강조했다. 특히 PF 대출의 경우 충분한 대손충당금 적립 및 사업장 현장점검 강화 등을 통해 시장 상황 악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달라고 당부했다.
정우현 금융감독원 감독조정국장도 지난 4일 국민의힘과 여의도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올해 관리해야 할 리스크 요인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건전성 악화와 부동산 PF 유동성 리스크를 꼽았다.
정 국장은 "부동산 PF의 수익성 악화로 금융·신용보강을 공급한 금융사의 유동성 리스크가 커졌으며, 금리 상승 영향으로 부동산 거래량이 급격히 줄었다"며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 건설사 부도는 물론 PF대출 부실화 등 금융시스템 전반의 신용 리스크 확대로 전이될 우려가 커 각별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금융당국의 시선이 PF 건정성 관리에 몰려있는 가운데 메리츠화재가 관련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해 성공적으로 투자를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부동산PF 사업 악화가 보험사 부실까지 이어지진 않겠으나 회사 순익에는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