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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파고 높지만…올해 K반도체 반등요인 셋


입력 2023.02.02 12:12 수정 2023.02.02 15:59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올 상반기까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조 단위 적자 불가피

신규 CPU·中 리오프닝·낮아진 가격 부담으로 메모리 수요↑ 가능성

"수급 개선 시기 앞당기려면 제조사 더 적극적으로 감산해야" 주장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반도체 한파'에 국내 반도체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재고가 쌓이고 가격이 떨어지는 업황 부진은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수급 불균형 속 타격이 불가피한 삼성·SK는 신규 CPU 출시,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가격 탄력성 효과로 하반기로 갈수록 메모리 사용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챗GPT 등 생성형 AI에 따른 고사양 메모리 수요도 긍정적 요소로 꼽는다.


2일 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상반기까지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경기침체 여파로 최근 3개월(10~12월)간 1조7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분기 단위 영업적자가 나온 것은 2012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이 기간 삼성전자도 영업이익이 2700억원 수준으로 미끄러졌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이익이 늘어나면서 간신히 적자를 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분간 PC, 모바일 등 주요 고객사들이 재고 조정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 1분기와 2분기 삼성·SK의 반도체 실적은 상당한 적자가 예상된다. 증권가는 삼성전자 DS 부문과 SK하이닉스가 올 상반기에만 3조원대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같은 시장 상황을 반영해 SK하이닉스는 올해 메모리 수요 B/G(메모리반도체의 전체 성장률)를 지난해 보다 낮춰잡았다. PC, 모바일, 서버 모두 수요 증가세 둔화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 하에, D램은 10% 초반, 낸드는 20% 초반으로 책정했다.


신규 CPU로 서버용 메모리 시장 회복…中 리오프닝 수혜 기대감↑

양사는 상당한 '반도체 혹한기'를 예상하면서도 수익 개선 요인을 모색,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적자폭을 어느 정도 만회하고 내년부터 본격화될 반도체 상승사이클(호황기)를 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수익 개선 요인 중 하나로 서버 시장을 들었다. '반도체 한파'가 상당하지만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데이터센터업체(하이퍼스케일러)들의 투자가 하반기부터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했다.


특히 최근 인텔이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를 내놓은 점은 큰 호재로 꼽았다. 인텔의 사파이어 래피즈는 고부가가치 D램인 'DDR5(Double Data Rate 5)'를 지원하는 프로세서로, 현재 범용으로 쓰이는 DDR4 보다 속도가 2배 이상 빠르고 전력 소모량은 10% 이상 낮은 것이 특징이다.


이같은 DDR5의 장점은 IT업체들의 수요를 자극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서버용 CPU 시장에서 인텔의 점유율이 90%에 육박하는 만큼 교체 수요가 상당할 것이라는 기대다. 경쟁사인 AMD도 지난해 11월 서버 CPU 제노아(Genoa)를 내놓아 DDR5 채용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운영 특성상 24시간 내내 가동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글,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서버를 쓰는 빅테크들도 제품 교체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SK하이닉스가 신개념 세계 최고속 서버용D램 모듈 'MCR DIMM'을 개발했다.ⓒ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전날 가진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그동안 기다려온 신규 CPU가 출시된 만큼 올해 하반기에는 DDR5를 채용한 고사양 서버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도 "신규 CPU 확대에 따른 DDR5 수요에 적극 대응하는 가운데, 제품 믹스 최적화를 통한 서버 및 모바일 고용량 제품을 중심으로 수요 성장기에 적기 대응하겠다"고 했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경기 부양 효과로 모바일향 메모리 수요도 살아날 것으로 판단한다. 지난해 중화권 스마트폰 수요가 줄어들면서 업계는 모바일향 메모리 반도체 출하량이 10%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봉쇄 조치가 완전히 해제되면 하반기에는 그간 누적돼온 모바일 교체 수요가 보다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플래그십 모델의 경우, LPDDR5X와 UFS 4.0을 중심으로 채용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현존 최고 속도의 LPDDR5 터보를 개발해 샘프를 제공했다"면서 "하반기부터 1a나노미터 기반으로 양산해 공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모리 가격 바닥권…생성형 AI 수요도 호재

바닥권인 반도체 가격도 수요를 자극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만큼 신규·교체 수요가 하반기에는 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1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81달러로 전년 동월과 견줘 50% 급락했다. 메모리카드·USB향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1월 고정거래가격은 평균 4.14달러로 지난해 7월부터 4.5달러를 좀처럼 넘지 못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들의 적극적인 감산 정책과 소비 심리 회복 기조가 잘 맞아떨어지면 수급 상황 개선 속도도 예상 보다 앞당겨질 것이라는 기대다.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르는 생성형 AI(Generative AI)에 대한 추가 수요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생성형 AI는 비지도 학습 알고리즘을 사용해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콘텐츠를 예측하고 만드는 혁신 기술로 꼽힌다. 최근 인공지능 챗봇 '챗GPT' 이용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기술 경쟁에 나선 빅테크들과의 협력이 가팔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AI 기술에 기반한 모델 학습과 추론을 위해서는 대량 연산이 가능한 고성능 프로세스와 이를 지원하는 고성능 고용량 메모리 조합이 필수적"이라며 "대규모 랭귀지 모델 AI 기반 서비스 확장으로 하드웨어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SK하이닉스도 "서비스를 위한 학습 과정에서 데이터가 텍스트만 다루지 않고 이미지, 비디오, 생체 신호까지 모든 데이터 형식을 커버하는 멀티-모달(여러 가지 형태와 의미로 컴퓨터와 대화하는 환경) 형식으로 진행할 것이기 때문에 결국 학습과 추론을 위한 서버 인프라 투자가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반도체 턴어라운드는 어디까지나 시장 상황이 받춰져야 가능한만큼 여전히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고객사들의 수요 회복만을 기다리는 수동적 입장에서 탈피해 더 적극적으로 제조사들이 감산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1~3분기 중 삼성전자의 웨이퍼 생산량을 2022년 피크 대비 적어도 D램은 8만장, 낸드는 10만장 정도까지 줄여야할 것"이라며 "이 정도 규모의 감산이 이뤄져야 회사측이 언급한 의미있는 수준의 비트 영향이 가능할 것이고 재고도 올해 말부터 컨트롤 가능한 수준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부터 저수익성 제품을 중심으로 웨이퍼 투입량을 줄여온 SK하이닉스는 올해 투자(CAPEX) 규모를 지난해(19조원)의 50% 수준으로 줄이는 등 몸집줄이기에 나섰다. 이와 달리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감산 대신 '버티기'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웨이퍼 투입 축소 등 인위적인 감산 없이 설비 유지보수 등 기술적·자연적 감산만 이뤄질 전망이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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