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서 "도민이 '국힘 당선 막으라'
명령한다면 단일화 검토" 발언에…
임정엽 "무도한 尹정부 폭주 막기
위해 단일화할 준비 돼있다" 반색
51일 앞으로 다가온 4·5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범야권 무소속 후보들이 '반윤(반윤석열) 연대' 접점을 조심스레 모색해가는 있다. 민주당이 무공천을 결정한 가운데, 유력 무소속 후보들의 단일화 여부는 결국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의 출마 여부에 달려있다는 분석이다.
임정엽 무소속 예비후보는 13일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김호서 예비후보가 밝힌 후보 단일화 용의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며 "무도한 윤석열정부의 폭주를 막기 위해 후보 단일화를 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앞서 김호서 무소속 예비후보는 지난 9일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범야권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지금은 선의의 경쟁을 펼칠 때"라면서도 "도내 유권자들이 '국민의힘 의원이 당선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명령한다면 그 때 가서 검토해볼 사안"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에 대해 임정엽 후보가 이날 화답한 셈이다. 임 후보는 "김 후보의 '단일화 용의' 발언은 민주시민의 목마름을 일거에 해소해주는 한줄기 샘물과 같은 결단"이라며 "단일화에 대해 아직까지 후보간 구체적 대화는 없지만 서로 공감을 찾아서 얘기해보겠다"고 반색했다.
민주당의 무공천 결정에 따라 무소속으로 출마한 민주당 출신 후보들이 단일화 가능성을 신중히 열어놓는 배경에는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깔려있다.
농식품부 장관을 지낸 정운천 의원은 지난 2010년 전북도지사 선거를 시작으로 이 지역에서 세 차례 선거에 도전해 인지도가 높고 조직력을 갖추고 있는 상황이다. 전북이 민주당의 '텃밭'이라고 해도 무소속 후보들이 '다자 구도'에서는 정 의원을 상대로 승리를 장담하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정운천 의원은 다자 구도로 치러진 지난 2016년 전주을 총선에서 37.5%를 득표해 최형재 민주당 후보(37.4%)와 장세환 국민의당 후보(22.8%)를 제치고 당선된 적이 있다. 반면 양자 구도로 치러진 지난 2012년 전주을 총선에서는 35.8%를 득표했음에도 이상직 민주당 후보(47.0%)에게 석패했다.
'출마 고심' 정운천, 30% 후반 득표력
무소속, 다자 구도에선 승리 장담 못해
"'반윤연대'는 기실 '반정연대'…鄭
출마 않으면 무소속들 끝까지 간다"
정 의원이 30% 중후반대의 고정표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면 '다자 구도'에서는 무소속 후보들이 승부를 낙관할 수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무소속 후보들이 구도를 '양자 구도'로 인위적으로 재조정하기 위한 단일화 여지를 닫지 않고 조심스레 열어놓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정운천 의원이 실제로 비례대표 의원직을 내려놓고 재선거 출마를 단행할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원내 115석으로 민주당(169석)에 비해 절대 열세에 놓여있는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정 의원의 의원직 사퇴와 출마를 만류하는 조언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여권 세력 내에서도 일부 균열이 감지된다. 이번 재선거에 일찌감치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던 김경민 전 전주시장 후보는 이날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 의원의 불출마와 잔여 임기 의정활동 수행을 요구했다.
김경민 후보는 "현직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고 재선거에 출마하는 일이 있어서야 되겠느냐"며 "현직 비례대표 의원으로 남은 임기를 채워달라"고 촉구했다.
비록 정운천 의원이 지난달 19일 전북도의회에서 재선거 출마를 시사하기는 했지만, 이같은 당 안팎의 요청을 받아들여 잔여 임기 의정활동을 완수하기로 한다면 전주을 재선거 구도는 재차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특히 이 경우에는 무소속 후보들 간의 단일화 논의는 순식간에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북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윤석열정권 후보가 당선되도록 할 수 없다'는 무소속 야권 후보들의 이른바 '반윤연대' 논의는 기실 정운천 의원의 경쟁력을 경계하는 '반정연대'"라며 "정 의원이 출마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단일화는 없고 무소속 후보들끼리 끝까지 간다고 봐야 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