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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땐 삼겹살에 소주?”…고공행진 물가에 ‘불황수혜’ 싹 사라진다


입력 2023.02.21 07:16 수정 2023.02.21 07:16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불황에 강세 보였던 서민음식 가격 오름세

통상 경기침체 시 매출 상승세 보였으나

올해는 소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 약화

소비자 외식비 부담 갈수록 치솟아

서울 시내 식당에 소주가 진열되어 있다.ⓒ뉴시스

샐러리맨·서민들의 가장 친근한 회식 메뉴인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의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 경기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전통적으로 불황에 강세를 보였던 삼겹살과 소주 등 ‘서민음식’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소비자들의 외식비 부담이 더욱 가중되는 모양새다.


통상 서민음식으로 통했던 식품들은 경기침체 시 외식 대신 소비하는 대체품 성격을 띠어 매출에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 불황에는 소비자들이 대체품조차 찾지 않고 소비 자체를 줄이고 있다.


식품의 경우 필수 소비재로 분류돼 경기 악화 때 오히려 지배적 지위를 얻는다. 저가형 상품을 선호하는 알뜰 소비 경향이 강해지면서다. 그러나 최근에는 서민음식 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물가가 급등해 저가형 상품 카테고리가 촉소된 상태다.


주세와 원재료·부자재 가격의 인상으로 소주의 가격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주류 물가 상승률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주류업체들이 또 출고가를 인상할 경우 식당에선 병당 6000원짜리 소주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체감 상승 폭은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주류업계가 출고가를 올리면 편의점·마트 등 소매점 판매가가 더 큰 폭으로 오르고, 식당에선 그보다 더 오르는 ‘나비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 소주와 맥주 출고가가 수백원씩 올라도 식당에선 500원이나 1000원 단위로 올린다.


올해도 출고가가 오르면 식당에서는 ‘소주 1병 6000원’ 가격표가 일반화할 수 있다.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선 소주 1병당 7000~8000원의 가격이 매겨질 수 있다. 지난해 1병 출고가가 85원가량 올랐는데 소매점 판매 가격은 100∼150원 올랐고 식당 인상 폭은 이보다 더 컸다.


서울시내 먹자골목의 모습.ⓒ뉴시스

소주, 맥주와 단짝이자 서민 외식의 대표 주자인 삼겹살 가격도 올랐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서울 지역 1월 평균 삼겹살 가격(200g)은 1만9031원으로 12.1% 상승했다. 삼겹살에 ‘소맥’ 한잔을 먹으려면 3만원으론 어림없다는 탄식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이처럼 고물가로 인한 외식가격 폭등으로 식당 삼겹살 가격이 1인분 2만원을 코앞에 두고 있다. 외식업계에선 고기 가격보다 전반적인 물가 폭등의 영향이 크다고 설명한다. 식당 삼겹살의 경우 숯값, 인건비, 채소 등 반찬, 임대료, 전기요금 등이 포함돼 있다.


서민 경제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소주와 삼겹살에 이어, 저가 화장품까지 지난해부터 무서운 속도로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소비자 지갑이 닫히는 ‘흉흉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불황 속에서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었던 중저가 브랜드숍들마저 위기에 직면한지 오래다.


로드샵 원조격 브랜드인 에뛰드의 경우 국내외 사업이 모두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국내는 실적 악화로 오프라인 매장 철수를 진행하고 있다. 2016년 500개에 달했던 매장 수는 2020년 기준 150여개가 남았다. 중국 시장에서는 모든 매장 운영을 중단, 철수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물가 상승세가 한동안 계속 이어질 전망이라는 것이다. 특히 외식의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외식 대표 조리용 원재료인 밀 가격이 급등했고, 식용유 가격도 올랐다. 국제유가 상승도 운송료 부담을 늘려 식자재 비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외식물가를 비롯한 높은 물가와 그간의 금리 인상 효과로 올해 민간소비는 위축될 공산이 크다. 이 여파로 내수가 제약받으면 경제성장 동력도 약해지기 마련이다. 지난해 4분기만 보더라도 내수를 떠받치던 소비가 꺾이면서 국내총생산(GDP)이 역성장(-0.4%)을 기록한 바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격이 올랐다 하더라도 더 저렴하고 한 끼를 잘 때울 만한 식품이 얼마 없기 때문에 서민음식에 대한 수요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또 “제품 가격이 올라가면 소비가 위축되고 판매가 안 되다 보니 경제 순환이 안 된다”며 “작년 같은 경우 기업들이 두 번씩 가격을 인상했는데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을 가능성이 크다. 가격인상을 자제하는게 소비자를 위한 것이지만 큰 축에서는 공급자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 올해는 최대한 가격 인상을 억제할수 있는 요인을 찾아야한다”고 덧붙였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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