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청소년 야구단 이스트 타이거즈, 지원 끊겨 해체 위기
광주 동구, 고향사랑기부제 종합포털 위기브 통해 지정기부 실시
광주광역시 동구 장애인복지관에서는 토요일만 되면 이른 아침부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쳤다. 프로선수 못지않은 집중력으로 야구공을 던지고 배트를 휘두르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다.
지난 2016년 10월 창단한 전국최초 발달장애 청소년 야구단 ‘E.T(East Tigers-이스트 타이거즈) 야구단’ 얘기다.
광주에 거주하는 발달장애인 청소년 등 25명이 참여하고 있는 광주 이스트 타이거즈 야구단에는 중학교 1학년부터 성인이 되어서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발달 장애인들이 함께하고 있다. 지각생 1명 없이 한마음 한뜻으로 훈련하고, 야구대회에 참가해 우수한 성적을 올리며 여느 야구단과 다를 것 없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 7년간 이스트 타이거즈 야구단의 발달장애 아이들은 부모님들이 놀랄 만큼 큰 변화를 보였다. 야구단 훈련 초기에는 타인과 어울리기 싫어하고 훈련에도 소극적이었지만, 지금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서로를 격려하며 끈끈하게 뭉쳐있다.
야구단의 한 어린 멤버의 경우, 혼자서 교통수단조차 이용하기 어려웠지만, 이스트 타이거즈 야구단 활동 이후로는 가족이 곁에 없어도 홀로 외출하고 학교에서 거리낌 없이 친구들과 어울릴 만큼 활동적인 성향으로 변했다. 이러한 변화는 부모에게 큰 기쁨이자 감동이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야구하는 토요일’을 삶의 활력소로 여기며 살아왔던 이스트 타이거즈 야구단과 그 가족들에게 최근 슬픈 소식이 전해졌다. 2016년부터 이스트 타이거즈 야구단을 뒷받침했던 지원 사업이 종료, 내년에는 야구단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소식이었다.
이스트 타이거즈 야구단은 복지시설이나 단체를 후원하는 모 사단법인이 매년 지원한 후원금으로 운영됐다. 운영비에는 실외 야구 경기장 대관비와 단복 구매비, 코치 선임비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로써 발달장애인 야구 멤버들의 희망이자 너무나도 소중한 팀인 이스트 타이거즈 야구단은 운영 중단 위기에 직면했다. 아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장애라는 한계를 뛰어넘었지만, 너무도 높은 현실의 벽은 야구단원, 학부모, 복지관 모두에게 풀 수 없는 숙제를 안겨준 상황이다.
다행히 관할 지자체 광주 동구청은 이달부터 고향사랑기부제 등을 통해 야구단 운영 자금 마련에 나섰다.
광주 동구청 관계자는 “이스트 타이거즈 야구단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광주 동구에서는 장애인의 스포츠 활동은 신체 활력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자존감 향상과 사회 포용성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어 이스트 타이거 야구단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결정하고 사업으로 선정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스트 타이거즈 야구단의 한 멤버는 “친구들을 잃고 싶지 않다. 이스트 야구단 계속하고 싶다”며 어렵게 말을 이어갔다.
이스트 타이거즈 야구단의 한 학부모는 “(장애로 인해)학급에서 도움친구를 붙여주지만 당번처럼 계속 바뀌기 때문에 단짝 친구가 생기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아이가 이스트 야구단 훈련이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곳에 가면 친한 형, 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라며 “광주 KIA 타이거즈에 보내는 응원처럼 우리에게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야구단이 해체되지 않도록 많은 분들의 응원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광주 동구 이스트 타이거즈 야구단을 해체 위기로부터 구하는 기부에 참여하고 싶다면 고향사랑기부 종합포털 '위기브' 등을 통해 기부하면 된다. 세액공제와 더불어 기부금의 30% 이내 답례품을 지자체가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