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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가능은 하지만…인권 및 수감비용 문제" [법조계에 물어보니 195]


입력 2023.07.28 05:09 수정 2023.07.28 05:09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신림 흉기난동' 사건 계기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목소리 거세…한동훈도 "취지에는 공감"

법조계 "인권 강조하는 단체나 학계 반대 예상…무고하게 희생된 피해자와 유가족 인권도 고려해야"

"사형제 '위헌' 결정시 도입 여론 거세질 것…사망시까지 수감하는 막대한 비용 등 현실적 문제도"

"사형제 논의 안 끝난 상태서 도입은 아직 시기상조…'교화' 목적의 형사법 체계 부합하는지도 의문"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서 행인을 상대로 무차별 흉기를 휘두른 조선 씨가 지난 23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최근 발생한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을 계기로 사실상 폐지된 사형제 대신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역시 "사회에서 정말 용납할 수 없는 괴물의 경우 영원히 격리하는 방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도입 필요성에 공감했다.


법조계에서는 사형이 사문화된 만큼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 채택하고 있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의 도입을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다면서도 "인권을 강조하는 단체나 학계의 반대와 사망 시까지 범죄자를 교도소에 수감하는데 드는 막대한 비용 등이 현실적인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자가 수감 20년이 지난 뒤 개전의 정(改悛의 情·형법과 형사 정책에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나 수형자가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가짐을 이르는 말)을 보일 경우 가석방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법무부가 공개한 '2022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매년 10명 이상의 무기징역 수형자가 사회로 돌아오고 있다. 2015년에는 1명에 불과했던 무기징역 가석방자 수는 2017년 11명, 2018년 40명, 2019년 14명, 2020년 18명, 2021년 17명으로 최근 5년간은 꾸준히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무기징역형' 선고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실질적으로 사형제도를 폐지한 만큼 이를 대체할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대체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도입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봤다. 다만 대한민국의 형사법 체계가 처벌이 아닌 교화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가석방을 사전에 차단하는 무기징역에는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면) 인권을 강조하는 단체나 학계의 반대가 예상된다"면서도 "우리나라는 왜 피고인의 인권만 생각하느냐. 무고하게 희생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인권, 형벌로서의 기능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림동 흉기 난동과 같은 중요 사건에서 무기징역형이 반복해서 선고되면 점차 국민적 요구가 무르익지 않겠느냐"며 "사형 제도에 대해 합헌 결정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선고 및 집행이 안 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의 도입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서 행인을 상대로 무차별 흉기를 휘두른 조선.ⓒ연합뉴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사형제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진다면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여론은 더욱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사형이 집행되지 않는 현실에 비춰보면 도입 가능성도 상당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사형이 거의 사문화된 시점에서 법 경시 풍조가 만연해지고 있다. 국가가 오히려 피해자보다 교화 불가능한 흉악 범죄자를 보호한다는 그릇된 인식마저 팽배해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 영국 등의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만 현실적으로 대한민국 교도소가 심각한 과밀, 과포화 상태라는 점과 교도소는 대표적인 기피 시설로서 신축이 쉽지 않다는 점, 사망 시까지 범죄자를 교도소에서 수감하면서 드는 막대한 비용 등이 현실적인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재식 변호사(법무법인 에이펙스)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 도입은 오히려 인권 단체가 주장해야 할 사안"이라며 "사형제를 반대하면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도 반대하는 건 현실에 적합하지 않은 이야기 같다"고 꼬집었다. 또한 "우리나라는 실질적인 사형제 폐지 국가지 않느냐. 오히려 사형제가 규정돼 있지만 집행하지 않음에 따라 생기는 부작용도 많다"며 "가석방 없는 종신형 등의 제도는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직 시기상조라도 반론도 있었다. 조의민 변호사(이에스티 법률사무소)는 아직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의 도입은 이르다고 봤다. 그는 "현행법상 사형이 있기 때문에 형법 전체를 고쳐야만 정상적인 도입이 가능할 것"이라며 "현재 사형제에 대해서도 논의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제도의 도입은 시기상조가 아닐까 생각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입법은 국회 몫이지만 사형제의 대안으로 언급되는 제도이기에 사형제에 대한 실질적인 판단을 선행하고 이에 따라 대안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석방을 사전에 차단하는 무기징역이 처벌뿐 아니라 교화를 목적으로 하는 형사법 체계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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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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