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했던 계파갈등 재점화 '초읽기'
비명 "통합, 형식적 메시지에 불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로 압박을 받고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송갑석 의원의 빈 자리에 친명(친이재명) 원외 인사인 박정현 전 대전 대덕구청장이 임명됐다. 이로써 민주당 지도부는 그나마 비명(비이재명)계에 가깝다고 분류되는 고민정 최고위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친명계 일색으로 꾸려졌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주에만 두 차례 단합을 강조하던 이 대표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자 이 대표는 "그분(박 최고위원)이 친명이냐"라고 되물었다. 잠시나마 소강 상태였던 계파 갈등이 이 대표의 친명계 일색 인선으로 재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에 박 전 구청장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녹색연합 등 시민단체에서 환경운동을 펼친 점,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하며 여성의 정치 참여에 앞장섰던 점 등이 고려됐다고 한다.
다만 신임 박정현 민주당 최고위원은 현재 친이낙연계로 불리는 박영순 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대전 대덕구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지역구에 엄연한 현역 국회의원이 당 소속으로 있는데, 그 지역구를 노리는 친명계 원외 인사인 박 전 구청장에게 당대표가 의결권을 가진 최고위원직을 쥐어줬다는 점에서, 이 대표가 강조한 계파간 '통합'을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결권을 가진 최고위원직을 비명(비이재명)계에게 줬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질문에 "그분(박 최고위원)이 친명이냐. 나도 잘 모르겠다"며 "유능한 분이시고 역할을 잘 해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비껴갔다.
비명계 이원욱 의원은 같은 날 오전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과 관련해 "박광온 원내지도부가 그만둘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조성해놓고 (친명계인) 조정식 사무총장은 사표를 냈음에도 유임시켰다"며 "통합을 위한 형식적 메시지에 불과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탕평의 일환으로 최고위원에 임명했던 송갑석 의원은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에 사의를 표명했고, 이 대표는 이를 곧장 수리했다.
반면 조정식 사무총장도 사의를 표명했으나 이 대표는 사실상 '반려'했다. 당 사무총장도 당대표가 임명하는 자리인 만큼, 이 대표가 비명계인 송 의원과 친명계인 조 사무총장에 대해 확연한 '온도차'를 드러내며 '내 편 감싸기'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아울러 민주당은 체포동의안 사태로 지명직 최고위원자리와 함께 공석이었던 정책위의장직에 친낙(친이낙연)계 호남 3선 이개호 의원을 임명했다. 박 의원과 이 의원은 내달 1일 당무위원회에서 신임 정책위의장과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정식 인준될 예정이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개호 의원의 정책위원장 인선과 관련해서는 "대선 경선 때 이낙연 당시 후보를 지지했던 분이라는 점에서 탕평책이자 통합형으로 보는 게 맞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