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피고인, 전교조 사건 등 심의관에게 검토 지시…국민 신뢰 해할 수 있는 중대 범죄"
공보관실 예산 편성 관련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 유죄 판단…이외 대다수 혐의는 무죄
임종헌, 선고 종료 후 "법원 구성원에게 할 말 없나" 등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의 실무 책임자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5·사법연수원 16기)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기소 후 1909일, 5년 2개월 만에 나온 판단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6-1부(부장판사 김현순 조승우 방윤섭)는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사건 및 특정 국회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등의 검토를 심의관에게 지시했는데, 이러한 검토는 사법부의 독립 뿐 아니라 정치적 중립성,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해할 수 있는 중대 범죄"라고 밝혔다.
또 임 전 차장의 공보관실 예산 편성 관련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관련해 일본 기업 측 입장에서 재판 방향을 검토하고 의교부 의견서를 미리 건네받아 감수해 준 혐의 등 대다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임 전 차장은 선고를 마치고 나와 "오랜 재판이었는데 한 말씀 해달라", "법원 구성원들에게 할 말 없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법원을 떠났다.
임 전 차장은 지난 2012년 8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으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등 일선 재판에 개입하고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법원 내 학술모임을 부당하게 축소하려 한 혐의 등으로 2018년 11월 기소됐다.
구체적 죄목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공무상 비밀누설, 위계공무집행방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30여개에 달한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임 전 차장에게 징역 7년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