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클린스만 감독 임명 과정서 '법적 선택 강요했다'고 보기 어려워"
"업무방해 혐의도 적용되려면 협박·폭행 있어야 하는데…그런 적도 없어"
"처벌 목적으로 이뤄진 고발이라기보다는…국민 이목 끌기 위한 고발인 듯"
"정몽규, 법적인 책임은 없겠지만…최종 책임권자인 만큼 도의적 책임은 져야"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 대표팀 감독에 대한 경질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 시민단체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클리스만 감독을 일방적으로 임명해 업무방해 혐의가 있다며 고발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정 회장이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닌 만큼 실제 처벌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정 회장이 회장 권한으로 클린스만 감독을 임명했지만 '법률적 선택을 강요했다'고 보기 어렵기에 강요 혐의가 적용되지 않을 것이고,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되려면 폭행이나 협박 등의 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이같은 사정도 없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 회장에 대한 고발이 처벌 목적이라기 보다는, 국민의 이목을 끌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지난 13일 오전 서울경찰청에 정 회장을 강요, 업무방해,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을 일방적으로 임명해 협회 관계자에게 강요에 의한 업무방해를 했다는 혐의다.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 선임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스만 감독의 연봉은 약 2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감독이 자진해서 사퇴할 경우 위약금은 발생하지 않지만, 경질할 경우 70억원 안팎의 위약금을 물어줘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일 변호사(법무법인 일로)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강요, 업무방해,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시민단체(서민민생대책위원회)로부터 고발당했다. 정 회장이 클린스만 감독을 영입해 아시안컵을 패배로 만들었다는 책임이 있다 보니, 그에 대한 고발 소식이 전해졌을 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면서도 "실제 처벌 가능성은 낮다. 우선, 정 회장이 회장 권한으로 클린스만 감독을 임명했지만 '법률적 선택을 강요했다'고 보기 어렵기에 강요 혐의가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문 변호사는 "업무방해 혐의도 적용되려면 폭행이나 협박 등의 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이같은 사정이 없었기에 적용되지 않을 것이다. 업무상 배임 혐의 역시 본인에게 주어진 권한을 바탕으로 축구협회 신뢰관계에 위배된 행위를 했을 때 적용되는 규정이다"며 "그런데 정 회장이 제3자 이익으로 계약을 맺거나 본인을 위한 거래를 한 것이 아니기에 성립하기 힘들 것이다. 그렇기에 정 회장에 대한 고발은 처벌을 목적으로 했다기보다는, 국민의 이목을 끌기 위해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배년 변호사(법무법인 혜인)는 "고소 및 고발은 수사기관이 형벌권을 발동하도록 수사 의뢰 검토를 요청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고소장에는 수사를 하게 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정 회장에 대해 고발장을 접수한 시민단체는 증거 자료로 언론 보도를 첨부했다. 언론 보도는 기자들이 취재한 뒤에 출고했을 거라는 전제가 있기에 수사를 하게 하는 증거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정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를 살펴봤을 때, 법적인 책임을 지진 않을 것 같다. 다만, 클린스만 감독 임명 등의 권한을 가진 최종 책임권자이다 보니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기에 정 회장이 도의적 책임을 지는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는 "클린스만 감독 경질에 대한 여론이 높지만, 경질이 하루 이틀 만에 되는 절차가 아니다. 논의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라며 "정 회장처럼 공인이나 유명인들은 시민단체로부터 고소 혹은 고발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안 역시 국민적 공분이 커져 고발이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데, 분노를 법의 영역까지 끌어들이는 것은 지나친 남발로 이어질 수 있기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