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반에서 20~30등 하는 의사, 국민들 원하지 않는다"


입력 2024.02.22 09:13 수정 2024.02.22 09:15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21일 MBC '100분토론' 출연…'지역인재전형 확대' 비판 발언

"지역의사제로 성적 많이 떨어지는 인재 뽑을 수밖에…그 의사에게 진료받고 싶겠나"

의대 정원 늘려도 전교 3등 안에 들어야 의대 입학 가능…반 20~30등이면 '최하위권'

박민수 "반에서 20~30등 표현, 지방 학생 공부 못한다는 감성 자극하는 것 같아보여"

의과대학 자료 사진 ⓒ연합뉴스

의대 증원·의사 집단행동을 주제로 열린 TV 토론회에서 '반에서 20~30등 하는 의사를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의료계 인사 발언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MBC '100분토론'에서 의사 측 인사로 나온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지역의사제에서 성적 낮은 학생을 뽑아서 의무근무 시키면 근로 의욕도 떨어질 것이고, 그 의사한테 진료받고 싶겠나"고 말했다.


이어 "지역의사제로 성적이 많이 떨어지는 인재를 뽑을 수밖에 없다"며 "그 지역 인재를 80% 뽑아봐라. 지역에 있다고 해서 의대를 성적이 반에서 20~30등 하는 데도 가고, 의무근무도 시키고 (하는 것을)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런 발언은 정부가 '양’(의대 증원)으로 때우려 한다'고 비판하는 대목에서 나온 말이다.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리면 의대에 입학하는 학생의 질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은 의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된 지적이다


공개석상에서 대놓고 발언하는 일은 잘 없지만, '반에서 ○등하는 학생도 의사 되겠다'는 식의 얘기는 사적인 자리에서 의대 증원이 대화의 주제가 되면 종종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입시업계의 설명을 종합하면 정부 발표대로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더라도 반에서 '20~30등 하는 학생'은 의대에 가기 어렵다. 작년 기준 전국 고등학교의 수는 2379개인데, 전교 3등까지를 다 합해도 7000명을 넘는다.


의대 정원을 정부 발표대로 5058명까지 늘려도, 전교 3등에는 들어야 의대에 갈 수 있다는 뜻이다. 더구나 저출산으로 요즘 한 반의 학생 수가 20∼30명가량에 불과해 20~30등이면 '최하위권'에 속한다.


정부는 의대 신입생을 특정 지역 출신으로 뽑는 '지역인재전형'의 비중을 40% 이상에서 6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인데, 이 경우에도 최상위권이 아니라면 의대 진학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대형 종합병원 빅5(서울대, 서울아산,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 소속 전공의 2,700여명이 오는 19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하기로 한 가운데 18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02.18. ⓒ뉴시스

이 회장의 '반 20-30등' 발언을 두고는 의사들이 가진 '엘리트 의식'이 TV토론회라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드러난 것이라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좋은 교육, 좋은 실습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의료인으로서의 사명에 대한 분명한 생각들이 정립돼 좋은 의사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수천명에 달하는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환자 곁을 떠난 것에 대해 '의료인으로서의 사명'을 강조한 발언으로도 읽힌다.


박 차관은 "'반에서 20~30등'이라는 표현은 '지방에 있는 학생들은 공부를 못한다'는 감성을 자극하는 것 같다"며 "지역인재전형 비중 확대가 의료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얘기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남은경 사회정책구장은 "좋은 의사를 양성하는 데에는 타고난 능력을 가진 인재의 선발보다는, 육성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실 의사가 부족한 분야는 꼭 수술과 진료의 난이도가 높은 과목만이 아니기도 하다"며 "일반의도 부족하고, 보건소도 의사가 없어서 공중보건의로 대체하고 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