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달 초 테러 정보 러시아에 수차례 전달"
최소 14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러시아 모스크바 테러 사건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스트롱맨’ 이미지가 실추됐다.
강한 안보관을 앞세워 종신 집권을 노리고 있는 푸틴 대통령이 이번 테러 사건으로 리더십에 흠집이 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미국 첩보 기관이 이달 초 테러에 대한 정보를 러시아 측에 전달했다고 주장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판단 착오’를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WSJ는 “미국 정보기관이 푸틴 대통령 취임 후 모스크바 콘서트에서 테러 공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를 러시아에 수차례 전달했다”며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이를 무시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정보를 모으는 데만 집중했다”고 전했다.
지난 7일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관은 “극단주의자들이 모스크바에서 콘서트 등과 같은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곳을 노리고 있다”고 경고하며 러시아 시민들에게 대규모 행사가 있는 곳에 가지 말라는 경고문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미국 측은 테러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이 이슬람국가(IS)라고 정확히 특정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지난 19일 “서방국이 우리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시도이자 노골적 협박”이라며 미국의 경고를 무시했다. 그러나 이로부터 3일 뒤 실제 테러가 일어났고, 러시아 안보의 취약점과 정보 역량의 한계점이 드러났다.
러시아 전략기술분석센터의 루슬란 푸호흐 소장은 “이번 공격은 러시아가 시행해온 이민 정책의 위험성을 보여준다”며 “무슬림이 대거 이주해오면서 모스크바에 무슬림 정착촌이 생겼고, 그중에 극단주의 세력이 섞여들며 러시아의 잠재적인 위험이 됐다”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의 외교 정책 실패를 지적하는 분석도 나왔다. WSJ는 "러시아가 이슬람 세계와 동맹을 맺고 미국에 맞서 투쟁해 왔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테러는 그런 생각과 상충된다"며 "이번 공격이 우크라이나의 소행이라는 푸틴 대통령의 주장은 내부에서조차 의심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