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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핵심 상법·세법 개정...‘이사 충실의무 확대’ 화두 [하반기 자본시장 이슈-①]


입력 2024.06.25 08:00 수정 2024.06.25 11:13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 논의 속도…내달 말 발표

지배구조 개선 위한 개정 추진…배임죄 폐지 ‘불쑥’

금융투자업계·재계 시각 차 속 본질 훼손 우려도

올해도 어느덧 절반이 흘러갔다. 올 초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취지로 등장한 밸류업을 시작으로 지난해 11월 단행된 공매도 금지 조치 연장 등 다양한 정책적 결정이 이뤄졌다. 다가오는 하반기에는 2년간의 시행 유예가 끝나가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도 다시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 부상할 자본시장 이슈들을 총 5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상장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지난달 말 최종 확정, 시행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은 의무화 등 강제성은 부여하지 않고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한 자율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시장 자율에 맡기면서도 당초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기대했던 정책적 효과를 거두려면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제공이 이뤄져야 하지만 아직은 없는 상태다.


이에 하반기에 발표될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내달 말 발표 예정인 ‘2025 세법 개정안’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세제 개편안 내용을 담을 계획인데 밸류업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법인세 세액공제, 상속세 완화 등 다양한 세제 혜택들이 개정안에 포함될 지 주목되고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도 진행 중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3일 ‘기업 밸류업을 위한 세제 개선 방안 모색’ 공청회를 열었고 24일에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밸류업 세제 지원 공청회가 개최돼 상속세를 비롯해 소득세·법인세 개편 관련 의견들이 제시됐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앞서 지난달 “오는 6~7월 중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세제 인센티브의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공청회 등 의견수렴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밝혔던 터라 이들 행사에서 제시되는 의견들에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상법 개정은 세제 개편안과 함께 하반기 밸류업 정책에서 주목받는 이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5월 미국 뉴욕 기업설명회(IR)에서 상법 개정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면서 주목도가 크게 높아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큰본 원인이 낙후된 기업 지배구조(거버넌스)에 있다고 지적하며 밸류업을 위한 상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최근 “자본시장의 제도적 근간과 틀이 되는 상법 개정이 동반되지 않고서는 밸류업 정책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증권학회는 지난 12일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정책세미나를 진행했고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20일 ‘밸류업과 이사 충실 의무’ 세미나를 개최하고 상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24일에는 한국거래소가 상장기업 사내·사외이사를 대상으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및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이사회 역할을 안내하는 ‘기업 밸류업 설명회’를 개최했고 26일에는 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한국경제인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밸류업 기업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가 예정돼 있다. 주무부처인 법무부도 내달 상법 개정과 관련한 세미나를 개최해 각계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김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밸류업 세제지원 공청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업계에서는 밸류업 정책의 핵심 사안인 상법·세법 개정이 향후 논의 과정에서 초점이 흐려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현재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상법 제 382조 3항에 규정된 ‘이사의 충실 의무’ 범위에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포함하는 것이다. 최대주주뿐만 아니라 소수주주의 이익까지 비례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법에 명시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는 금융당국과 금투업계와 달리 재계에서는 달가와 할 수 없는 법 개정이다. 경영진과 이사회를 상대로 한 소송이 남발될 수 있고 행동주의펀드 등 투기 세력에 좋은 먹잇감이 되면서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경제단체 8곳은 전날인 24일 상법 개정 계획에 반대하는 공동건의서를 정부와 국회에 제출했다.


이러한 재계의 반발에 ‘이사 충실 의무 확대’ 화두를 제시했던 이복현 원장이 배임죄 폐지 카드를 꺼내들면서 현재 ‘이사 충실 의무 확대’와 ‘배임죄 폐지’가 연계되는 다소 이상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사 충실 의무 확대와 배임제 폐지 동반 추진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고 재계에서는 배임죄 폐지가 이사 충실 의무 확대를 추진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을 내놓는다.


이러한 논쟁 속에서 본질이 흐려질 가능성에 업계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자율성에 기반한 밸류업 프로그램에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보다 중요한 세부 개정 내용은 가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속세율 인하와 같은 구체적인 수치와 세부 내용뿐만 아니라 세제 혜택으로 인한 세수 감소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 등 논의해야 하는 사안이 산적한데 논의의 방향이 엉뚱하게 튈 수도 있을 것 같아 걱정”이라며 “상법·세법 개정 모두 밸류업 프로그램 성공이라는 목표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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