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완전체 활동이 멈춘 이유로 케이팝(K-POP)의 글로벌 시장에서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그런데 블랙핑크 멤버 로제가 솔로 가수로, 식어가던 케이팝에 다시 불을 지르고 있다.
로제는 내달 6일 발매되는 정규 1집 ‘로지’(rosie) 발매에 앞서 선공개곡으로 ‘아파트’(APT.)를 내놨다. 이 곡은 발매 전 브루노 마스와 협업했다는 것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는데, 지난달 18일 음원과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이후엔 가히 신드롬급 기록을 써가고 있다.
국내 음원 차트 1위는 물론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100’ 8위,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100’에서 4위까지 올랐다. 빌보드 차트의 ‘글로벌 200’과 ‘글로벌 200(미국 제외)’ 차트에서는 지난달 29일 이후 3주째 정상 자리를 지켰다. 유튜브에 공개된 뮤직비디오는 지난 9일 3억뷰를 넘어섰다. 이는 뮤직비디오 공개 이후 22일 6일 만으로, 케이팝 솔로 가수로는 최단 기간 3억뷰 달성 기록이다.
이와 함께 쏟아져 나온 패러디 영상, 동명의 곡 리메이크 등 ‘밈’도 화제다. 대표적으로 딥페이크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내세워 ‘아파트’를 ‘로케트’로 개사한 영상은 700만뷰를 훌쩍 넘겼다. 더해 황정민 버전의 ‘아파트’, 빵송국 로젬&부르지마의 ‘재건축’ 등도 인기다. 심지어 1998년 발표된 윤수일의 ‘아파트’도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
단순한 음원 소비를 넘어 하나의 트렌드이자 놀이 문화로 소비되고 있는 이 곡이 로제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한국에서 널리 알려진 술자리 게임인 ‘아파트 게임’에서 착안한 곡으로 로제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게임이다. 간단하면서 재미있고 분위기를 띄우는 데 최적의 게임”이라고 말했다. 로제는 스튜디오에서 함께 작업하던 스태프들과 이 게임을 즐기면서 곡 작업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브루노 마스에게 이 곡을 제안한 것도 로제다. 그는 미국 잡지 ‘페이퍼’와의 인터뷰를 통해 ”마스가 ‘아파트’를 부를 것이라고 믿은 사람은 주변에서 내가 유일했다”며 “다들 ‘그 노래는 안 부를 것이다, 보내지 말라’는 반응이었다. 저는 이 노래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이미 로제는 블랙핑크의 멤버로서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하며 세계적인 트렌드를 익혀왔다. ‘아파트’라는 곡 역시 로제의 다양한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술자리 게임에서 연상되는 흥겨운 분위기와 자유로운 안무, 따라 부르기 좋은 후렴구 등 최근 미국 팝 음악 시장은 물론 세계적으로 젊은 층에서 가볍게 즐기고 챌린지나 밈으로 활용하기 더없이 좋은 아이템이다. 더구나 이 곡은 애초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토니 베이즐의 ‘헤이 미키’를 활용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로제는 팀 활동을 하던 2021년 솔로곡 ‘온 더 그라운드’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70위에 진입한 이력이 있다. 그리고 솔로 가수로서 오롯이 자신이 직접 작사·작곡한 정규 앨범을 내놓기 전, 선공개곡으로 좋은 출발을 끊었다. 제도화된 케이팝 제작 시스템에서 벗어난 로제가 펼쳐낼 그만의 음악적 행보에 더 기대가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