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금·외화·특별인출권에 비트코인까지 편입 움직임
비트코인, 발행량 제한돼 통화가치 하락 대응 가능
시장선 호재로 인식..."美서 비트코인 팔면 시장 붕괴" 회의론도
미국에서 비트코인을 전략적 준비자산에 편입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 헤지(회피)에 효과적이라는 인식으로 관련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이런 움직임이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한편, 비트코인이 전략 자산만큼의 가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하원의원 마이크 카벨은 16일(현지시간) 주 정부가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인정하고, 이를 전략적 준비자산으로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 초안을 공개했다.
전략적 준비자산이란 통화 당국이 무역 불균형이나 환율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하는 통화, 원자재 등의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을 말한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준비자산은 금, 외화, 특별인출권(SDR) 등이다. 미국은 달러 가치 안정성과 위기 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준비자산을 쌓아왔다.
이번에 펜실베이니아에서 입안된 내용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앞서 친(親) 가상자산 성향의 미국 와이오밍 주 상원의원 신시아 루미스는 미국 연준이 보유한 금 일부를 매각하고, 이 대신 비트코인 100만개를 매입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비트코인 100만개는 총공급량의 5% 수준으로, 루미스는 내년 새 의회가 구성되면 해당 법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매입은 5년에 걸쳐 이뤄질 예정이다.
미국이 비트코인을 전략적 준비자산에 포함시키려는 이유는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발행이 사실상 무제한인 달러 등 법정화폐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 반면 비트코인은 희소성이 있는 자산으로, 기존 통화와 달리 발행량이 2100만개로 제한돼 있다. 채굴량이 제한된 금과 유사한 성격이다. 이미 전략적 준비자산에 편입된 금과 함께 비트코인을 경기 불황이나 통화 가치 하락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 이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수 년 사이 급성장하고 있는 비트코인을 위시한 가상자산 시장의 선도적 입지를 확보, 향후 금융·경제 분야에서 주목받는 디지털 자산과 블록체인 관련 분야를 선점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시장에서도 미국 정치권의 이같은 움직임을 호재로 보고 있다. 연준 차원의 비트코인 보유가 '안전자산'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에크 디지털자산 리서치 책임자 매튜 시겔은 "미국이 전략적 자산의 일환으로 100만 BTC를 보유할 경우, 비트코인은 2050년까지 1440만 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미국의 연평균 실질 GDP 성장률인 3%를 기준으로 비트코인의 장기적 가치 상승 가능성을 전략적 자산 관점에서 평가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글로벌 금융 자산에서 미국 연방 부채는 7%, 금은 3% 수준이다. 비트코인은 글로벌 금융자산의 약 14%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또 가상자산 전문 금융 서비스 기업 갤럭시디지털의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크 노보그라츠는 "비트코인이 전략적 준비자산으로 활용되면 최대 50만 달러에 이를 수 있다. 이 경우 다른 국가들이 비트코인을 매수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이 전략적 준비자산에 비트코인을 포함시키려 하는 움직임은 다른 국가 참여까지 유도하는 '패러다임'을 형성할 수 있다. 이런 논의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가상자산이 전 세계 경제 구조에 중요한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단일 기업 기준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설립자인 마이클 세일러도 "비트코인은 미국의 운명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이해하고 있고, 해당 법안(비트코인 전략적 준비자산 활용)을 제안한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도 이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는 구체적인 계획이라기보다는 아이디어 단계일 뿐이지만, 향후 이 제안이 실행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21세기 최고의 거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비트코인의 전략적 준비자산 편입 자체에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 유로 퍼시픽 캐피털의 최고경영자(CEO)인 피터 쉬프는 "최근 제기되는 비트코인 전략준비자산 비축 아이디어는 정말이지 우스꽝스럽다"며 "비트코인은 비축 자산으로서 가치가 없다. 정부가 해당 시장을 붕괴시키지 않고는 팔 수 없고 재정 회복력을 안정화 혹은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자산의 목적을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