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치료할 돈이 없다며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통해 도움을 요청한 중국의 한 남성이 재력가로 드러났다. 그는 모금 받은 돈으로 아파트를 구매한 사실까지 알려져 비난을 받고 있다.
18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중부 후베이성 이창에 사는 남성 A(29)씨는 희귀암인 호지킨 림프종 진단을 받았다면서 지난달 14일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 치료비 모금 글을 올렸다. 그가 정한 목표 금액은 90만위안(약 1억7357만원).
A씨는 2020년 난징대학교를 졸업한 뒤 광저우에 있는 대형 인터넷 회사에서 근무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그는 최근 암 진단을 받았다며 질병 증명서를 공개했다. 이 증명서에는 '재발 시 치료가 어렵다'고 적혀 있었다.
A씨는 아버지의 오랜 투병으로 상당한 빚을 떠안고 있다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제작해 자신의 은행 계좌 정보를 공유하며 도움을 호소했다.
그의 사연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퍼졌고, 기부자들이 빠르게 늘기 시작했다. A씨는 약 3주 만에 4536명으로부터 27만8204위안(약 5300만원)을 모았다.
그런데 기부자들 사이에서 A씨에 대한 의혹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가 지난 6일 그룹 채팅방에서 새로 산 아파트 사진을 공유하며 "이게 내 새집이다. 가격은 73만8000위안(약 1억4233만원)이다"라고 자랑했기 때문.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기부자들이 "치료비로 쓰라고 준 돈인데 집을 사는데 쓴 거냐"며 A씨를 추궁했다.
알고 보니 A씨 가족은 최대 100만 위안(약 2억원) 상당의 주거용 아파트 두 채를 포함해 여러 개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다.
또한 가족은 380만위안(약 7억3286만원) 이상의 상업용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고, 이를 통해 연간 14만5000위안(약 2796만원)에 달하는 임대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던 사실도 드러났다.
결국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는 지난 7일 A씨의 채널을 폐쇄했다.
논란이 커지자 A씨는 기부금 중 20만 위안을 정기예금 계좌에 입금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자금을 부동산 매입에 사용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사이트 측은 "플랫폼 규정에 따라 A씨가 모금한 27만8204위안(약 5365만원)은 전액 회수됐으며 후원자에게 환불될 예정이다"라며 "A씨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우리 사이트에서 모금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영구적으로 금지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