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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폭탄'으로 경기도에서만 5명 사망…12년 만에 비상 3단계 가동


입력 2024.11.28 18:19 수정 2024.11.28 18:29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가로수 부러지고 시설물 붕괴하며 사망자 속출…지붕 등 무너지며 부상자도 잇따라

빙판길 교통사고 이어지고 대중교통 혼잡·마비…정전 및 고립 신고 폭주

학교 4곳 중 1곳 휴업하고 맞벌이 부부들은 급하게 아이들 맡길 곳 찾거나 휴가 신청

경기도, 비상 대응 3단계 격상해 대응中…제설작업에 차량 2129대, 인력 2만6777명 투입

골프연습장 제설작업 중 붕괴된 철제 그물ⓒ연합뉴스

지난 27일부터 이틀 연속 폭설이 내린 수도권에 특히 피해가 속출했다. 사망한 사람만 5명이고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구조물과 나무가 넘어지는 사고가 잇달았다. 결빙으로 인해 교통사고도 곳곳에서 발생했으며 도로가 통제되고 열차가 지연되면서 시민들의 불편과 불만이 폭주했다.


◇ 제설작업 중 연이은 사망사고


28일 오전 5시께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의 단독주택에서 집 앞의 눈을 치우던 60대 남성이 쓰러지는 나무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났다. 사고는 제설 작업을 하던 이 남성의 머리 위로 눈이 쌓인 나무가 갑자기 넘어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7일 오후 7시 26분 평택시 도일동의 골프연습장에서 제설작업 중 상부 철제 그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같은 날 오전 8시 40분께 양평군 옥천면의 농가 내 천막형 차고에서 지붕에 쌓인 눈을 치우던 중 붕괴가 일어나 1명이 사망했다.


28일 오전 11시 59분 안성시 서운면의 자동차부품 제조공장에서는 눈 쌓인 캐노피가 붕괴해 이 밑을 지나던 70대 직원 1명이 사망했다.


또 27일 화성시 매송면 비봉매송 도시고속화도로 비봉 방향 샘내 IC 인근 도로에서 광역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차 사고 현장의 교통을 통제 중이던 도로 운영사 직원을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가 났다.


양평서 제설작업 중 무너진 농가 차고지ⓒ연합뉴스

◇ 전신주 넘어지며 정전, 건물 지붕 붕괴…관련 신고 폭주


28일 낮 12시 5분께 안양시 동안구 농수산물시장의 지붕이 붕괴하는 사고로 1명이 다쳤다.


또 오전 9시 56분 안산시 단원구의 금속 가공공장에서는 천막으로 된 가설 건축물이 무너져 제설작업을 하던 1명이 부상했고, 오전 11시 49분에는 안성시 미양면 택배 물류센터의 가건물이 붕괴해 6명이 다쳤다.


같은 날 오전 6시 20분께 오산시 원동의 모텔에서는 주차장 구조물이 무너져 행인 1명이 머리를 다치기도 했다.


SKC 공장 창고 붕괴ⓒ경기도소방재난본부

또 오전 6시 38분 수원시 장안구 SKC 공장 내 인테리어 필름 보관 창고가 쌓인 눈 때문에 무너졌다.


전날 밤에는 평택, 수원, 시흥 등지의 아파트에서 지하주차장 진입 통로가 무너졌다.


취약 구조물인 주거용 비닐하우스 붕괴도 곳곳에서 잇따르면서 다수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번 눈이 물기를 많이 머금은 습설이다 보니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천장 및 지붕면이 무너진 것으로 파악됐다.


지하주차장 입구 무너진 수원의 아파트ⓒ연합뉴스

쌓인 눈의 무게로 인해 전신주가 파손되며 정전 사고도 이어졌다. 화성시 봉담읍 내리, 서신면 홍범리 일대가 각각 정전됐고, 용인시 기흥구 서천동의 아파트 2곳에서도 정전이 발생해 1200여 세대가 불편을 겪었다.


내린 눈이 녹았다가 얼어붙으면서 생긴 빙판으로 인해 교통사고도 속출했다. 28일 0시께 의왕시 봉담과천간 도로 봉담 방향 과천터널 인근에서 차량이 미끄러지며 8중 추돌사고가 발생, 2명이 다쳤다.


전날 밤에는 용인서울고속도로 광교상현IC 부근에서 7중 추돌사고가 났고, 평택시흥고속도로 송산포도휴게소에서는 대형 트레일러가 눈길에 멈춰서면서 차량 여러 대가 장시간 갇히는 일도 있었다.


112와 119에는 전날 오후부터 이날 오전까지 총 2000건이 넘는 폭설 관련 신고가 들어왔다. 경기도는 신고가 폭주하고 있다며 비긴급 신고의 경우 110번을 이용해 달라는 안전 안내문자를 발송했다.


아파트서 눈 치우는 주민들ⓒ연합뉴스

◇ 출근길 대란…도로 통제되고 전철·버스 운행도 차질


이틀간 누적 적설량이 많게는 40㎝ 이상을 기록하면서, 그야말로 출근 대란이 빚어졌다. 승용차들은 빙판길에서 제 속도를 내지 못하며 거북이 운행을 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 역시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도로 곳곳이 마비되면서 광역버스의 도착시간 역시 지연됐기 때문이다. 또 전철 지상 구간은 철로에 쌓인 눈으로 인해 표정속도보다 한참 느리게 운행해야만 했다.


28일 오후 1시 기준 경기남부 지역에서 통제 중인 도로 구간은 성남수정 남한산성로(광주→성남) 2.5㎞, 성남중원 이배재고개 양방향 1.6㎞, 평택 장당고가(고덕→서창) 2.5㎞, 의왕 오메기고개 양방향 1.8㎞, 화성광주선 도척 IC 부근 등 5개소이다.


전철 운행 역시 차질을 빚었다. 코레일에 따르면 폭설로 인해 수인분당선 전동 열차 차고지와 열차 등에 많은 눈이 쌓여 해당 노선 양방향 열차가 이른 아침부터 길게는 20분 이상 지연되면서 주요 역이 북새통을 이뤘다.


서울에 폭설이 내린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9호선 염창역이 출근길 인파로 붐비고 있다.ⓒ연합뉴스

◇ 폭설로 학교도 교장 재량에 따라 휴업…아이 맡길 곳 없는 학부모들 당황


폭설로 학생들의 등교가 어렵다는 판단 하에 학교장 재량으로 휴업한 학교도 많았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11시 25분 기준 유치원 634곳, 초등학교 337곳, 중학교 107곳, 고등학교 95곳, 특수학교 1곳 등 1174곳이 휴업했다. 이는 도내 전체 학교 4천520곳의 26%에 해당한다.


도 교육청은 이날 오전 7시 30분 휴업을 적극 검토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하달했으나, 일각에서는 전날 기록적 폭설이 내린 가운데 휴업 권고 공문 시행이 늦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리 아이를 맡길 곳을 찾아야 하는 맞벌이 부부같은 경우 급하게 아이를 맡길 곳을 찾거나 휴가를 신청해야하기 때문이다.


이틀 연속 폭설이 내린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연합뉴스

경기도는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대응 단계를 2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해 대응하고 있다. 대설 대처와 관련한 비상 3단계 가동은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비상 3단계는 근무 인원이 비상 2단계 25명에서 32명으로 확대되며 31개 시군에서도 1376명이 상황 대응에 나선다. 제설작업에는 차량 2129대, 기타 장비 7633대, 인력 2만6777명을 투입했다.


경기도는 취약구조물 거주자를 대피시키고, 위험지역에 대한 예찰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재난문자 발송 등의 홍보활동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출근 시간 도로정체 및 교통사고에 대비해 사전 제설 작업을 하고 재난문자를 추가 발송할 것"이라며 "기상상황 모니터링 및 취약지역 중심 제설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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