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제고 계획 기업, 절반 이상 주가 하락
밸류업지수 편입종목도 예외 無…업종별 차별화
정책 동참·공시만으론 대내외 요인 극복 어려워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이 도입된 지 어느덧 반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힘입은 주가 부양을 기대했으나 오히려 하락세를 보인 기업들이 속출해 당초 기대한 효과에 의문이 짙어지는 실정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된 지난 5월 27일부터 전일(2일)까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61개사 중 42개사(68.9%)의 주가가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예고 공시를 올린 24개사까지 포함할 경우, 밸류업에 동참한 86개사 중 57개사(66.3%)의 주가가 하락했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편입된 종목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밸류업과의 연관성이 아닌 특정 업종의 이슈 및 현황에 따라 주가 차별화가 이뤄지면서 업종별로 각기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엔씨소프트·JYP Ent·에스엠 등 커뮤니케이션 서비스(평균 주가 상승률 25.12%)와 KT&G·오리온·동서 등 필수소비재(4.94%) 업종은 지수가 공개된 9월 24일 이후 오름세를 그렸다. 이와 달리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18.01%), 셀트리온·한미약품 등 헬스케어(-7.13%) 업종은 내렸다.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업종에 담긴 게임·엔터 관련 종목은 구조조정 및 소속 가수의 컴백 등 개별적인 회사 호재 덕분에, 필수소비재로 분류된 통신·유통사들은 꾸준히 높은 배당성향을 고수하고 있어 투심을 모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밸류업 지수에 편입됐다는 이유만으로 마냥 주가가 오르지 않은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된 지 반 년이 흘러 기업들의 참여는 점차 늘고 있으나, 당초 기대했던 정책에 의한 주가 상승 효과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셈이다.
올해 초부터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개선을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한 만큼 결과가 보다 아쉽다는 평가가 다수다. 밸류업 프로그램을 향한 기대가 사뭇 가라앉은 상황에서 지난 9월 공개된 밸류업 지수가 형평성·객관성 논란까지 야기하며 투심이 악화된 뒤 좀처럼 재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업계에서는 밸류업 동참과 공시만으로는 내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2기 정부에 대한 리스크를 비롯해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경기침체 우려 및 회복 속도 등 글로벌 대내외 악재를 견디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나아가 밸류업 공시에 본질적인 기업가치 증대 방안이 부실하게 기재된 곳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의 밸류업 공시에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진정성보다는 정부 정책에 발맞춘 듯한 느낌이 없지 않은 점이 투심을 유도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현재까지 지수와 ETF 등 투자 상품이 공개된 것 외에 큰 변화는 없는 상황이라 밸류업 정책으로 인한 변화와 증시 부양 효과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