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합병·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임시 주총 잇달아
SK이노·E&S 합병 반대 사례 有…시장 관심 높아져
높아지는 밸류업 목소리…‘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기대감
올해 말과 내년 초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두산에너빌리티 합병 등 기업의 방향성을 결정할 임시 주주총회가 연달아 열리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 증시 내 기업가치제고(밸류업)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번 달과 내년 1월 연이어 열리는 두산밥캣 분할 합병과 고려아연-영풍·MBK파트너스 경영권 분쟁 관련 임시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지난달 27일 그룹구조 재편을 위한 분할합병 계약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이달 12일 진행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해당 분할합병의 골자는 두산에너빌리티 산하 두산밥캣을 떼어 내 두산로보틱스 아래로 옮기는 것이다.
현행 상법상 분할합병은 주총 특별결의가 필요한 안건으로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지난 9월 말 기준 최대주주인 두산과 특수관계인 지분은 30.67%인데 반해 소액주주 비율은 64.56%에 달한다. 이에 국민연금(6.85%) 등 기관투자자들의 지분이 절실한 상황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국민연금 표심이 ‘합병 반대’로 향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소액주주와 얼라인파트너스 등 일부 행동주의펀드를 중심으로 두산밥캣의 시장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아 소액주주들만 손해를 본다는 반발 의견이 나오고 있어서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 8월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을 반대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비율이 SK이노베이션 일반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의 경영권 분쟁도 국민연금의 판단이 중요하다. 내년 1월 말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결정한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는 가운데 갈등을 빚는 영풍·MBK파트너스(39.83%)와 최 회장 우호 지분(34%) 간 지분율 차이가 6%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연금이 중립을 취할 경우 최 회장 측이 불리하다는 진단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고려아연 지분은 7.48%다. 하지만 추가 매도로 현재 지분율은 5% 내외로 추정된다.
앞서 업계에서는 과거 국민연금이 경영권 분쟁 사례에는 중립을 택하는 경향이 있어 영품·MBK파트너스 측이 유리하다는 전망이 나왔으나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지배구조 개선 의지가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원장은 지난달 28일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오찬 간담회를 직후 기자들을 만나 “5년이나 10년 안에 사업을 정리하는 구조를 가진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했을 때 중장기적 관점에서 주주 가치 훼손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경영하는 것을 반대하는 어조의 발언을 했다.
아울러 최 회장이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게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밝힌 점도 국민연금의 마음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
지난 13일 최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사외이사가 고려아연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하겠다”라며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고 경영 참여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정관에 명문으로 반영하도록 추진하며 소액주주들의 의사를 반영해 일정한 이사를 추천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정부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과 스튜어드십 코드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이 내년 적극적인 주권 행사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양사의 임시 주총이 그 전초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선진국의 경우 연기금과 운용사가 핵심 투자 주체로서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 증시 내 밸류업 바람이 불고 있어 국민연금의 역할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