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대학살의 신’이 완전히 새로운 캐스트로 5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려진다.
김태훈 연출은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대학살의 신’ 프레스콜을 열고 “7명의 새로운 배우들과 작품을 다시 올리게 돼 너무 기쁘다. 훌륭한 작품을 올릴 수 있어 영광”이라며 “배우가 바뀐다는 건 똑같은 작품이라고 해도 새로운 색깔이 된다. 특히 이번엔 무대를 격투장 같은 느낌을 주고자 했다. 현실적인 어른들의 싸움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11살 두 소년이 놀이터에서 싸우다 한 소년의 치아 두 개가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 때린 소년의 부모인 알랭과 아네뜨가 맞은 소년의 부모인 미셸과 베로니끄의 집을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타인의 시선에 맞춰 살고 있는 우리의 민낯 그리고 교양이라는 가면 속에 가려져 있던 인간의 본성을 코믹하게 풀어낸다.
‘대학살의 신’은 지식인의 허상을 유쾌하고 통렬하게 꼬집는 작가로 유명한 야스미나 레자의 2008년 작품으로, 토니 어워즈(최우수 작품상, 연출상, 여우주연상), 올리비에 어워즈(최우수 코미디상) 등 권위 있는 시상식 주요 부문의 상을 거머쥐며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국내에서는 2010년 초연된 이후 총 네 시즌에 걸쳐 공연됐다.
평화주의자인 척하지만 성격 장애를 가지고 있는 미셸 역은 김상경과 이희준이 맡는다. 특히 김상경은 14년 만에 연극 무대 복귀다. 그는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재미있어지는 작품인 것 같다. 저번 주부터 관객들을 만나기 시작했는데, 연극의 3요소 중 하나가 관객이라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로 관객이 채워주는 게 중요한 작품인 것 같다. 소통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미는 무려 25년 만에 무대에 선다. 그는 똑똑한 척, 고상한 척하며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융통성 없는 원칙주의자 베로니끄 역을 맡았다. 이 역은 정연이 함께 나눠 연기한다. 신동미는 “1999년도에 무대에 선 이후 오랜만에 무대에 서게 됐는데 너무 감회가 새롭고 기쁘고, 떨린다. 첫 공연 이후 그동안 잊고 있었던 연극의 매력에 다시 한 번 빠지고 있다”며 “드라마를 찍다가 어느 순간 연기적으로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작품이 들어왔다. 초반엔 많이 힘들었는데 하다보니 정말 배우 인생에 있어서 좋은 기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그간 뮤지컬 배우로서 숱하게 무대에 올랐던 민영기는, 이번 작품에서 아네뜨의 남편인 까칠한 속물 변호사 알랭 역으로 연극에 첫 도전한다. 그는 “(뮤지컬과 달리) 조금 더 디테일한 목소리와 상황을 표현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연출님도 그런 부분을 사실적으로 하기를 원했다”며 “고전을 많이 해서 사람같지 않을 역할을 많이 맡았는데, 여기서는 말발이 좋은 변호사 역할을 맡게 됐다. 그런 부분에서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당부했다. 이희준은 “공연을 하면서도 이 작품을 선택하길 너무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 공간에서 싸우는 대본이 너무 재밌게 느껴져서 애착이 크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정연 역시 “음주와 폭력이 난무하는 합법적인 어른들의 개싸움”이라며 “싸움구경을 좋아하는 누구라도 오신다면 연말에 한 시간 반의 선물 같은 연극이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2025년 1월 5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