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대 사진작가가 선보이는 한국의 아름다운 성당들
국토 최남단인 마라도 선착장에서 내려 식당가를 지나 바닷가를 따라 20여 분 정도 가다 보면 대한민국 최남단 표지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여기가 우리나라의 제일 끝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저 멀리 태평양도 멀지 않아 보인다. 조금 더 올라가면 아이보리색으로 된 뾰쪽한 지붕에 십자가가 보인다.
귀엽고 앙증맞은 이 성당은 '마라도 뽀르지웅꿀라(작은 몫)'라고 불린다.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와 부산교구 대연동성당 신자들의 봉헌으로 2000년 대희년에 완공되었으며, 2006년 수도회에서 제주교구에 헌정하여 현재는 모슬포성당 소속이다. 마라도 주민 50여 명 중 신자 수는 7명으로 관리인 한 분이 상주하고 계신다.
성전은 마라도 특산물인 전복 모양의 자주색 지붕에, 예수님 십자가 오상을 상징하는 빛 5개가 둥근 유리 천정을 통해 내려오도록 설계되어 있어 제대를 비롯하여 내부까지 빛이 들어와 훤하다.
경당 앞에 서서 저 멀리 끝없는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며 가슴이 확 트인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면 모든 시름이 날아가 버릴 것만 같다. 이곳에서 하룻밤 묵으며 기도할 수만 있으며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어쩌면 이런 멋진 곳에 터전을 잡아 성당을 지었을까?'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 마음이 우울하거나 차분하게 가라앉혀야 할 일이 있을 때 방문하여 기도를 드린다면 속 시원히 해결되지 않을까 한다.
성당은 축성을 받았으나 사재가 상주할 수 없어 경당이라고 한다. (참고로 천주교 건물의 등급은 성당> 경당> 공소로 분류됨) 정기적인 미사는 없지만, 신부님을 모시고 예약을 하면 미사 드릴 수 있도록 준비해 드린다고 한다. 배 운항 시간에 맞춰 개방되어 있어서 누구든지 들어와 기도할 수 있다. 신자뿐 아니라 순례객도 들어와 기도하거나 둘러보고 가기도 한다. 성당이 자그마하지만, 제대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있으면 기도가 절로 나온다. 워낙 예쁘고 특이하게 지어져 있어 경당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많이 한다. 멋진 곳을 여행할 수 있도록 시간과 건강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하고,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예수님께서 함께해 달라고 기도드렸다.
o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도 153
o 전화번호 : 070-4210-3200
o 주변 가 볼만한 곳 : 형제섬, 가파도, 산방산, 오설록, 중문단지, 대포주상절리
조남대 작가ndcho5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