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태 후 투자경고 지정 17건…전월 건수 상회
투자경고 지정 후 35% 이상 하락 전환…투자 유의
비상계엄 빙자 사기 횡행…시장혼란 따른 피해 우려
국내증시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변동성을 키우자 테마주에 투심이 쏠리며 시장경보 조치가 쏟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허위·풍문 유포와 사기마저 횡행하며 조회공시 요구와 소비자경보가 발령되는 등 시장 혼란에 따른 투자자 피해 우려가 제기된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해제 이후 장이 열린 지난 4일부터 전날까지 총 17건의 투자경고종목 지정이 이뤄졌다. 12월이 반환점을 돌지 않았으나 벌써 지난달 지정 건수(10건)를 크게 상회했다.
투자경고는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특정 종목의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경우 주의 환기와 불공정거래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지정한다. 가수요를 억제하고 주가급등을 진정시키는 시장안정화 조치다.
최근 투자경고 종목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 정국이 전개되며 정치테마주로 자금이 쏠린 영향을 풀이된다. 계엄 사태 이후(4~11일) 코스피가 2.30%(2500.10→2422.51) 급락하며 대부분의 종목이 하락세를 보인 점도 테마장세를 부추겼다.
실제로 투자경고 지정 종목 중 대부분인 15종목(CS·수산아이앤티·오리엔트바이오·오리엔트정공·카스·코나아이·코이즈·형지I&C·형지엘리트·에이택모빌리티·이스타코·일성건설·토탈소프트·동신건설·에이텍)이 ‘이재명 테마주’였다. iMBC도 탄핵 정국 수혜 기대감에 주가가 뛴 테마주다.
향후 투자경고종목은 더 늘어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계엄 사태 이후 투자주의 지정은 94종목에 달한다. 투자주의는 투자경고 보다 한 단계 낮은 경보로 15일 중 5일 이상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되고 당일 종가가 15일 전날의 종가보다 75% 이상 상승한 경우 투자주의 종목이 된다.
거래소는 테마주가 현저한 시황 변동을 보임에 따라 이들 종목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를 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공시할 중요한 정보가 없다고 답하고 있다. 사업상 호재로 인식될 중요 내용이 없음에도 정치적 상황에 따른 기대심리로 주가가 뛰고 있는 셈이다.
테마주는 급등한 뒤 급락하는 등의 흐름을 보이고 있어 투자 손실 우려가 제기된다. 계엄사태 이후 투자경고 지정된 종목 중 35.3%에 해당하는 6종목은 투자경고 지정 후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금호건설 우선주의 경우 주가가 31.47%(1만8750→1만2850원)나 떨어졌다.
계엄 사태 후 정치적 불확실성을 악용한 불법 리딩방 사기도 판치고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금감원은 전날 비상계엄을 이유로 당국 조사를 빙자한 사기를 적발해 소비자경보 주의등급을 발령했다.
불법업자는 해외 금융사의 교수를 사칭해 투자자문을 해준다며 가짜 주식거래 애플리케이션(앱) 설치를 유도한 후 앱 화면에 주식 장외거래를 통해 수익이 발생한 것처럼 꾸몄다. 이후 출금 요구 시 계엄을 이유로 금감원 자금 출처 조사를 빙자해 자금을 편취했다.
증권가는 탄핵 정국이 정리되지 않은 만큼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증시 단기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테마주 역시 당분간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하며 투자에 신중할 것을 조언했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정치 불확실성 해소·완화 전까지 증시의 추세적 정상화 가능성은 제한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정치 테마주가 기승을 부릴 공산이 크나 테마주의 말로는 언제나 비참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