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율 추락하며 수요에 '찬물'
'막차' 타려던 이들도 발길 돌려
국내 5대 은행의 예금과 적금 금리가 연 3% 초반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이면 등장하던 특판 상품마저 찾아보기 힘들어지면서 예·적금을 둘러싼 수요는 더욱 차갑게 식는 분위기다.
은행권의 예·적금 금리가 빠르게 추락하면서 고금리 막차를 타려던 이들도 점차 발길을 돌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주요 상품의 최고금리는 연 3.20~3.22%로 집계됐다. 일주일 전에 금리 범위가 3.25~3.40%였던 것과 비교하면 고작 일주일 만에 하단이 0.05%포인트(p), 상단이 0.18%p 떨어진 것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상품별 금리를 0.2~0.4%p 인하한다. 정기예금 기본금리는 기간별로 ▲1개월 이상~12개월 미만 0.20%p ▲1년 이상~2년 미만 0.25%p ▲2년 이상~3년 미만 0.30%p ▲3년 이상~5년 미만 0.40%p 내린다는 방침이다.
농협은행도 지난 6일부터 비대면 전용 상품인 'NH올원e예금'의 금리를 3.30%에서 3.22%로 인하했다. 앞서 2일 0.10%p 인하했는데 연이어 금리를 내리며 이달에만 총 0.18%p 내렸다.
이렇게 수신금리가 떨어지는 것은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이다. 지난 10월 한국은행이 약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p 인하했다. 이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1월에도 연이어 0.25%p 인하를 결정했다. 이에 시장금리가 하락 추세를 이어가자 은행들도 각종 수신상품 금리를 조정하는 거다.
통상 이맘때쯤 흔히 찾아볼 수 있었던 은행권 연말 특판도 찾기 쉽지 않다. 5대 은행의 연말 특판 상품 중에서는 국민은행의 KB스타적금Ⅱ이 연 8%로 금리가 가장 높다. 이 상품은 선착순 20만 계좌로 제한된다. 그러나 최고 납입액에 최고 금리를 적용해 받을 수 있는 이자는 세후 13만1980원 정도에 그친다. 기본금리는 연 2.0%, 우대금리 6.0%p를 받으려면 매월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신한은행의 '쓸수록 모이는 소비적금'도 상황은 비슷하다. 기본금리 1.8%에 6개월 만기 상품으로, 우대금리를 6% 모두 적용해도 이자는 사실상 세금 제외 4만4415원이다.
이렇게 주요 은행의 수신금리 인하 속도가 빨리지면서 쥐꼬리만한 금리에 실망한 소비자들의 막차 수요도 줄어드는 모습이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948조2201억원으로 한 달 새 0.7% 증가에 그쳤다. 6조2068억원 늘어난 건데, 지난 10월 11조5420억원 늘었던 걸 감안하면 증가폭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적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들 은행의 지난달 말 정기적금 잔액은 39조5405억원으로 한 달 새 1.6% 늘었다. 한 달 전보다 6229억원 증가한 것으로 지난 10월 9102억원 늘어난 것보다 증가폭이 31.5% 감소했다. 특히 5대 은행 정기적금 증가액은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매월 1조원을 넘어섰지만, 지난 10월을 기점으로 점차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특판 상품을 제외하고 연 4% 이상 고금리 상품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며 "내년에도 예금금리가 계속해서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와 특판 상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