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美 '환영' 받는 비트코인, 1억원도 옛날 말 됐다


입력 2024.12.16 14:12 수정 2024.12.16 14:12        황지현 기자 (yellowpaper@dailian.co.kr)

1억 도달한 지 9개월 만 1억5000만원

美 대통령·연준 의장 인정에 '전략적 준비자산' 논의까지

기존 회의적이었던 러·중 등도 입장 선회 가능성

국내도 최근 정치·경제 혼란으로 가상자산 관심 ↑

비트코인이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16일 서울 서초구 빗썸 라운지 강남점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지난 3월 원화 기준 1억원에 도달한 비트코인이 50% 추가 상승했다. 당시에는 3억원이 있을 때 비트코인을 3개 살 수 있었지만, 이제는 같은 돈으로 2개만 살 수 있게 된 셈이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미국 움직임과 전 세계 금리 움직임, 혼란한 국내 시국 등 여러 상황이 얽혀 나타난 가격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 예측에 기존 분석은 효과가 없을 것이란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16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플랫폼 코인마켓캡 오후 9시52분 기준 비트코인은 전날보다 4.30% 상승한 10만5570 달러(업비트 기준 1억5147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이 1억원에 처음 도달한 것은 지난 3월 11일이다. 약 9개월 만에 해당 가격에서 50%가량 추가 상승했다. 월 단순 평균 상승률만 5.55%에 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비트코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복귀와 함께 각광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의 친(親)가상자산 행보에 발맞춰 비트코인을 전략적 준비자산에 편입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 헤지(회피)에 효과적이라는 인식으로 관련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비트코인을 '전략적 준비자산'으로 추진하자는 말은 지난 7월 처음 나왔다. 전략적 준비자산이란 통화 당국이 무역 불균형이나 환율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하는 통화, 원자재 등의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을 말한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준비자산은 금, 외화, 특별인출권(SDR) 등이다. 미국은 달러 가치 안정성과 위기 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준비자산을 쌓아왔다.


미국 와이오밍주 공화당 상원의원인 신시아 루미스는 지난 7월 미국 정부가 5년에 걸쳐 비트코인 100만개를 매입하자는 계획을 내놨다. 100만개는 비트코인 전체 공급량의 5% 수준이다. 그는 "내년 새 의회가 구성되면 해당 법안을 추진할 계획이며, 현재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보유 중인 금 일부를 매각해 재원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정부 차원 비트코인 매입이 이뤄지는 경우 수년 안에 30만~50만 달러(약 4억원~7억원)에 도달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4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열린 뉴욕타임스 딜북 서밋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정부 차원에서도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라는 언급이 나온 바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지난 5일 뉴욕타임스가 주최한 한 행사에서 "비트코인은 금과 같은 투기자산으로, 디지털 금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도 최근 한 보고서에서 "가상자산은 작은 규모에서 시작했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현재 시가총액은 전통 금융 자산 및 실물 자산(부동산)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투기적 관심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성장을 이어왔으며, 탈중앙화 금융 생태계 내에서 '디지털 금'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위 기관의 비트코인 언급이 이어지자 각 주에서도 준비자산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지난 13일 해당 주 하원의원 지오바니 카프릴리온이 비슷한 취지 법안을 내놨다. 텍사스 주가 세금, 수수료, 기부금 등으로 받은 비트코인을 최소 5년간 보관하며 전략 자산으로 비축하자는 내용이다. 해당 의원은 비트코인 전략자산 도입에 따라 주의 재정 건전성이 강화되고, 비트코인 관련 혁신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텍사스 외 미국 10개 내외 주에서 비트코인 전략자산 도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외 전 세계 최대 규모 자산운용사들도 최근 비트코인을 '투자 대상'에 언급하라고 했다. 운용자산 1경5000조원 수준인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12월 초 보고서에서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최대 2%를 비트코인에 할당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제안했다. 또 다른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발행사인 비트와이즈의 한 애널리스트도 "비트코인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3%를 할당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미국과 적대적인 국가에서도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각을 달리 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달 초 "비트코인과 디지털 자산은 계속 성장해나갈 것이며, 아무도 이를 금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 두마(하원)은 올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제재 회피 차원에서 가상자산을 이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푸틴의 해당 발언 이후 중국계 가상자산 인사인 자오창펑 바이낸스 전 최고경영자(CEO)도 "현재 중국 정부의 명확한 입장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트럼프 공약 중 하나인 비트코인 전략적 준비자산화 도입 여부를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마음만 먹으면 가상자산 관련 정책을 빠르게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2021년부터 개인·단체의 가상자산 채굴·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국내 투자업계에서도 글로벌 움직임에 발맞춰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까지 번지면서 달러·원 환율은 1430원대에 형성돼 있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에 따라 외국인 차원 주식 순매도도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법정화폐 가치하락을 헤지(회피)할 수 있는 속성을 가진 가상자산의 경우 국내 정치상황 영향을 덜 받았다. 이에 따라 국내 원화 거래소의 일일 거래량이 50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정치상황 외에도 수출 중심의 국내 경제가 회복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어려운 경제·정치 상황, 고환율 등이 지속되면 가상자산 관심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다른 가상자산의 경우 위치·역할 등에 의문이 있지만, 적어도 비트코인은 미국 대통령과 연준의장 인정을 받은 가치 저장 수단"이라며 "빚을 내 비트코인을 투자하고 있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최근 나스닥100 지수에도 편입되는 등 성공하는 모습을 보이며 여타 기업들, 투자기관들도 비트코인 채택을 서두르고 있다. 전 세계 경제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이 움직이는 이상 다른 국가·기업들도 미국 전례를 따를 가능성이 높고, 기존 가격구조를 다룬 기술적 분석으로는 비트코인 가격을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황지현 기자 (yellowpaper@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