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와 수사기관의 전방위적 압박에도 이기흥 현 대한체육회장이 3연임 도전에 나선 가운데 이른바 '반 이기흥' 단일화는 불발됐다.
지난 25일 완료된 후보자 등록 결과 이기흥 현 회장을 비롯해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 김용주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 오주영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 등 6명이 입후보했다.
출마를 선언했던 안상수 전 인천시장,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 등은 강신욱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기흥 회장 체제에 반기를 든 단일화는 고사하고 역대 가장 많은 6명의 후보자가 등장한 다자구도가 형성됐다.
이 회장 연임 저지를 위해 단일화를 논의했지만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단일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했지만, 단일화 후보에 대해서는 생각이 사뭇 달랐다.
이 회장 대항마 중 하나로 꼽혔던 유승민 후보는 “각 후보자가 품고 있는 신념과 비전이 명확해 단일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전날에는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나이가 화두가 됐다. '아직도 나이에 대한 편견이 있는가'라는 물음표가 생기면서 더 이상 단일화 논의는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낡은 사고부터 바꿔야 대한체육회가 바뀐다. 열정, 능력, 비전, 정책을 봐야 체육회가 바뀐다”고 강조했다.
또 "IOC 위원에 처음 도전할 때가 생각난다. 2004 아테네올림픽 왕하오(중국)와의 결승 때도 많은 분이 쉽지 않을 것이라 했다"고 과거를 떠올렸다.
결과적으로 ‘체육계 야권’ 후보 5명이 난립하면서 이번 선거(2025년 1월14일)에서는 연임하는 동안 ‘표밭’을 잘 다져놓은 이 회장의 3선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체육계 안팎의 사퇴 압박을 받고 있지만, 표를 행사하는 지방 체육회나 종목 단체를 중심으로 탄탄한 지지세를 업고 있다.
단일화가 아니라면 이 회장의 3연임을 저지하기는 어렵다. 지난 2021년 회장 선거에서도 강신욱 후보(득표율 25.7%)와 이종걸 후보(21.4%)가 단일화에 실패, 이 회장이 46.7%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단일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후보들이 있는 만큼 투표일 전까지 단일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단일화 불씨를 다시 살리기 어렵다고 보는 것에 대해 복수의 체육계 관계자들은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를 언급한다.
지난달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대한체육회 관련 비위를 점검한 결과 이 회장을 비롯한 8명을 업무방해와 금품 등 수수, 횡령, 배임 등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 문체부는 이 회장의 직무를 정지했고, 경찰과 검찰은 진천 국가대표선수촌과 대한체육회, 이 회장 자택 등을 압수 수색했다.
체육계 관계자 A씨는 “이 회장이 당선된다 해도 비위 혐의가 많아 이후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재선거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운동 기간 더욱 선명하게 (후보들은)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 23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국회 청문회와 국정감사, 국조실 및 경찰 조사 등 체육회를 향한 압박에 대해 "개인적으로 너무 지나치다. 속된 말로 해도 해도 너무하다. 이걸 그냥 물러서면 모든 것을 인정하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또한 "'내가 도대체 뭐를 잘못해서 이렇게 악마화하나'라는 생각을 한다. 주변에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했지만,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있듯 시간이 지나면 바른 자리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단일화는 불발된 상태지만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선거운동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관심을 모으는 일정은 후보자들이 한데 모여 격론을 펼칠 정책 토론회다.
이번 정책 토론회는 선거운영위원회가 주최하는 행사로 다음달 4일 오후 2시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진행된다. 현행 체육회장 선거 규정상 선거운영위원회가 주최하는 정책 토론회는 1회 이상 개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