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단통법 폐지안 국회 본회의 통과
단말기 지원금 정책 운영 유연해져
그럼에도 마케팅 경쟁 소극적 전망 多
‘단통법 폐지 대안’ 전환지원금이 방증
이용자 차별 금지를 목표로 단말기 보조금 액수에 제한을 걸었던 단통법이 도입 10년 만에 사라졌다. 정부는 앞으로 보조금 경쟁이 활성화돼 가계통신비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 이동통신사들이 최근 AI(인공지능) 등에 투자를 늘리고 있어 단통법 도입 이전만큼의 과열 경쟁이 일어나긴 힘들 것이란 시각이 많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 법안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단통법은 보조금 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2014년 도입됐다. 그러나 지원금 경쟁이 위축돼 이용자가 단말기를 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고 소비자 후생이 전반적으로 감소됐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이에 현 정부는 단통법을 없애기로 결정하고 약 1년간의 국회 논의 끝에 폐지하기에 이르렀다. 단통법 폐지안의 핵심은 ‘단말기 지원금(공시지원금) 공시 의무’와 ‘유통점의 추가지원금 상한(공시지원금의 15% 이내)’, ‘가입유형·요금제에 따른 부당한 지원금 차별 금지’ 규제가 사라진 점이다.
그간 이동통신사를 비롯한 유통점들은 ‘공시’한 지원금만 소비자에게 지급 가능했다. 이제는 지원금 공시 의무가 사라져 이전보다 더욱 유연하게 지원금 정책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공시지원금의 15% 이내인 추가지원금 상한도 없어져 액수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또 가입유형·요금제에 따른 지원금 차별 금지 규정이 없어지면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이 가능해졌다.
가령 SK텔레콤의 오프라인 매장 T다이렉트샵에서 ‘갤럭시 Z플립6’의 현재 공시지원금은 58만원, 추가지원금은 공시지원금의 15%인 8만7000원으로 현재는 총 66만7000원의 단말기 할인을 받을 수 있지만 앞으로는 그 이상의 지원금이 제공될 수 있다.
정부와 국회는 이같은 지원금 규제 폐지로 마케팅 경쟁이 10년 전처럼 활발해지면서 소비자들의 단말기 및 통신비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통법 이전 통신사들간 고객 유치 경쟁은 현재와 비교해 2~3배 수준이었다.
경쟁 활성화 정도는 번호이동(통신사 전환) 수로 엿볼 수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해 통신 3사와 알뜰폰 업체의 번호이동 수는 30~50만 수준으로, 2013년 70~110만명보다 크게 줄었다. 상한제에 따라 지원금 수준이 비슷해지면서 번호이동이 감소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업계 시각은 다르다. 통신산업의 한계로 AI 등 신사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어 예전과 같은 과도한 마케팅 경쟁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부는 국회의 단통법 폐지 논의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지난 3월 전환지원금(번호이동 시 지급)을 도입했지만 제도 활성화에 실패했다. 통신사들은 서로 합의라도 한 듯 엇비슷한 수준의 지원금을 공시했고, 총선 후인 지난 7월 출시된 갤럭시 Z6 시리즈 지원금은 아예 책정하지 않았다.
한편 단말기 지원금을 받지 않는 이용자에게는 요금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인 선택약정할인은 전기통신사업법에 이관해 유지한다. 정부는 현행 수준의 요금할인(25%) 혜택이 소비자에게 제공되도록 할 방침이다.
이용자의 나이·거주지역·신체조건에 따른 부당한 차별 금지 규정도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해 유지하기로 했다. 단통법 폐지 전 고령층, 장애인 등 정보 취약계층 보조금 차별에 대한 우려에 따라서다.
단통법 폐지안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이 기간 동안 시행령 등 하위법령을 정비할 예정이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법 폐지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김태규 방통위 위원장 직무대행은 “향후 시장 혼란과 이용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후속조치를 충실하게 추진하고, 단말기 유통시장이 건전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관련 상황을 주의깊게 살펴보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