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 드라마 '내 생애 봄날'부터 휴먼 드라마 '엉클'까지.
다양한 장르 섭렵
'따뜻한 메시지'로 배가하는 여운
<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2006년 4부작 드라마 ‘도망자 이두용’으로 데뷔한 박지숙 작가는 이후 ‘히어로’, ‘내 생애 봄날’, ‘엉클’ 등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를 집필하며 꾸준히 활동했다. 사회 문제를 다룬 ‘히어로’부터 멜로 드라마 ‘내 생애 봄날’까지 여러 장르를 섭렵하면서도 특유의 ‘따뜻한’ 메시지로 시청자들에게 여운을 남겼다.
JTBC 토일드라마 ‘옥씨부인전’을 통해선 사극에 도전했다. 이름도, 신분도, 남편도 모든 것이 가짜였던 외지부 옥태영(임지연 분)과 그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걸었던 예인 천승휘(추영우 분)의 치열한 생존 사기극을 담은 드라마로, 퓨전 사극의 재미를 전하고 있다.
◆ 사극 속 노비, 성소수자 이야기…박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주는 특별함
2009년 방송된 ‘히어로’는 가진 거라고는 정의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욕밖에 없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의미를 전한 드라마였다. 정의감 넘치는 기자 진도혁을 연기한 이준기는 코믹과 진지를 오가며 드라마를 책임졌고, 정치와 결탁한 재벌언론의 민낯을 파헤치는 과정은 공감 가면서도 흥미로웠다. 특히 부패에 맞서는 진도혁과 강력반 팀장 주재인(윤소이 분), 힘은 없지만 정의감만은 넘치는 두 청춘의 진심이 남긴 울림이 있었다.
‘내 생애 봄날’은 시한부 인생을 살다가, 장기 이식을 통해 새 심장을 얻은 여자와 심장을 기증한 여인의 남편이 만나 완성하는 특별한 사랑을 그렸다. 독특한 설정에, 건강이 나빠진 주인공 이봄(최수영 분)이 결국 사망하는 ‘새드 엔딩’으로 화제가 되긴 했지만, 이봄과 강동하(감우성 분)가 아픔을 공유하며 가까워지는 과정을 담담하지만 섬세하게 그려낸 것이 이 드라마의 강점이었다. 나이 차이와 복잡한 관계를 극복하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이해해주는 두 사람의 로맨스는 감동적이었으며, 마지막까지 봄이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동하의 고군분투도 ‘내 생의 봄날’의 여운을 배가했었다.
누나의 청천벽력 이혼으로 얼결에 초딩 조카를 떠맡은 뮤지션 삼촌 왕준혁(오정세 분)의 성장을 그린 ‘엉클’ 또한 부족한 이들이 함께 뭉쳐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이었다.
‘옥씨부인전’ 또한 그간 박 작가가 보여준 휴머니즘이 특별함을 만들어내고 있다. 노비에서 아씨로 신분을 탈바꿈할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 옥택영의 인생사가 유발하는 흥미도 있지만, 노비 시절부터 시작된 인연을 이어나가며 감정의 깊이를 더하는 천승휘(추영우 분)와의 로맨스도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여기에 외지부가 된 옥택영이 돕는 또 다른 노비의 이야기부터 성소수자 단체인 애심단이 역모로 몰리는 과정에서 들여다본 그들의 아픔까지. ‘옥씨부인전’을 채우는 약자들의 사연이 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하고 있다. 장르는 다르지만, 박 작가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이를 통해 전달되는 의미 있는 메시지가 여느 사극과는 다른 재미를 유발하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성소수자 이야기가 뜬금없다고 지적하기도 하지만, 소외된 이들의 아픔을 놓치지 않는 박 작가가 어떤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을 설득할지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