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권도형 美로 송환…몬테네그로 법무장관 서명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씨가 지난 3월 23일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의 경찰청에서 조사를 받은 후 경찰관들에게 끌려 나오고 있다. ⓒ AP/뉴시스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씨가 결국 미국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에서 민·형사 재판을 받는다면 최대 100년 이상의 징역형과 막대한 벌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높다.

몬테네그로 일간 비예스티 등에 따르면 보얀 보조비치 몬테네그로 법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권씨를 미국으로 인도하라는 결정문에 서명했다. 몬테네그로 법무부는 "대법원 판결을 염두에 뒀으며, 범죄 행위의 중대성과 집행 장소, 청구서 제출 순서, 시민권 여부 등 제반 사실과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판단 이유를 밝혔다.

몬테네그로 대법원은 앞서 지난 9월 하급 법원에서 확정한 권씨의 한국 송환 결정을 파기하고 범죄인 인도 허가 권한을 몬테네그로 법무장관에게 위임했다. 이에 권씨가 "결정권은 법무장관이 아닌 법원이 내려야 한다"며 법적 권한에 대한 헌법소원을 냈다. 하지만 이달 24일 몬테네그로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전원일치로 권씨의 헌법소원을 기각했다.

헌재의 기각 결정으로 권씨의 범죄인 인도 절차는 다시 진행됐다. 대법원 결정에 근거해 최종 권한을 쥐게 된 보조비치 장관은 헌재의 결정이 나온 지 사흘 만에 권씨를 미국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권씨는 미국보다 관련 범죄에 대한 형량이 비교적 낮은 한국에 송환되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40년 남짓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병과해 100년 이상의 징역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서 권씨가 받는 범죄 혐의는 증권사기 및 상품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사기음모, 시장조작음모 등 모두 8가지다. 한국에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배임) 등으로 기소된 상태다.

그러나 권씨 측이 미국행을 필사적으로 거부해왔고 이를 위해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했던 만큼 그가 실제 미국으로 신병 인도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수도 있다.

권씨의 몬테네그로 현지 법률 대리인인 고란 로디치 변호사는 최후의 수단으로 유럽인권재판소(ECHR) 제소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몬테네그로는 유럽평의회 회원국이며 ECHR의 관할을 받는다. ECHR의 결정은 구속력은 없지만 권씨의 범죄인 인도 절차가 몇 달 또는 몇 년까지 지연될 수도 있다.

권씨는 테라·루나를 발행해 한때 주목받았던 테라폼랩스의 공동 창업자다. 2022년 발생한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추정 피해액 50조원 이상의 손실을 입혔다. 그는 아랍에미리트 등에서 도피 생활을 하다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체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