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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무안참사] 복합 악재에 날개 꺾인 항공株 주가 ‘설상가상’


입력 2024.12.30 16:58 수정 2024.12.30 17:14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여객기 참사 직격탄...LCC 낙폭 상대적으로 커

‘보잉’ 없는 에어부산만 상승…대한항공도 하락

고환율로 해외여행 수요 감소에 비용 증가 부담

30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합동감식이 진행되고 있다.ⓒ뉴시스

항공 관련주들이 정국 혼란을 겪으며 연말·연초 기대감이 사라진 가운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로 인해 투자심리가 더 악화될 위기에 처했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주가 낙폭이 상대적으로 커진 상황으로 항공업 전반의 경기 악화와 주가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인해 항공업종의 업황과 주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탄핵정국에 따른 고환율이 항공주에 대한 투심을 짓누르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참사로 인한 복합적 악재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 7C2216 여객기는 전날(29일) 오전 9시 3분쯤 무안공항 활주로에 동체 착륙을 시도하던 중 공항 시설물과 충돌했다.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숨지면서 국내에서 일어난 항공기 사고 중 역대 최대 규모의 인명 피해를 낸 참사로 남게 됐다. 원인 규명까지 상당 시일이 걸릴 전망으로 항공·여행 산업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올해 초부터 부진했던 항공주는 지난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이 임박했다는 기대감에 반등 기미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달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위한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심사를 통과하면서 합병 최종 승인 전후로 상승세를 탔던 덕분이다.


지난 한달 동안(11월1~29일) 대한항공(8.58%·2만3900→2만5950원), 아시아나항공(6.44%·1만90→1만740원), 제주항공(2.73%·9520→9780원), 진에어(5.27%·1만1190→1만1780원), 에어부산(2.94%·2만3800→2만2450원) 등 주요 항공주 대부분은 오름세를 보였다. 앞서 경영권 분쟁 가능성으로 주가가 급등한 뒤 조정을 받은 티웨이항공(-12.52%·3490→2945원)만 하락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환율 비상등이 켜지면서 항공주 주가는 다시 내려앉기 시작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후 탄핵정국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최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80원을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영향이다.


항공업은 시장에서 대표적 고환율 피해주로 꼽힌다. 환율 상승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줄어들 수 있는 데다 항공사 주요 비용을 주로 외화로 결제해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이에 비상계엄 사태 이후(12월4~30일) 대한항공(-11.89%·2만5650→2만2600원), 아시아나항공(-0.38%·1만440원→1만400원), 제주항공(-20.04%·9380→7500원), 티웨이항공(-15.34%·2835→2400원), 진에어(-14.18%·1만1210→9620원), 에어부산(-2.75%·2365→2300원) 등이 모두 하락했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전광판에 체크인이 안내되고 있다.(자료 사진)ⓒ연합뉴스

제주항공과 같은 LCC 관련주들의 경우 이번 참사로 인해 안전 문제가 부상하면서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항공 참사 이튿날인 이날 제주항공(-8.65%)은 8% 넘게 하락했고 티웨이항공(-3.23%)과 진에어(-2.83%) 등 다른 LCC 관련주에도 시장의 우려감이 반영됐다.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3.00%)도 하락했으나 아시아나항공(2.16%)은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12.12%)와 애경산업(-4.76%), 애경케미칼(-3.80%) 등 애경그룹 관련주들도 일제히 급락했다.


제주항공은 2005년 애경그룹(150억원·75%)과 제주특별자치도(50억원·25%)가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AK홀딩스는 제주항공 지주 50.37%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계엄 사태 이후 하락세(-14.23%·1만1240→9640원)를 지속하면서 주가 부침을 겪고 있다.


반면 이날 에어부산은 LCC 관련주 중 유일하게 주가가 3.14% 상승 마감하는 차별화 현상을 보였다. 에어부산의 주가가 오른 배경에는 보잉 여객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꼽힌다.


국토교통부 항공기 등록 정보에 따르면 참사가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의 기종인 ‘보잉 737-800(B737-800)’은 국내 LCC를 중심으로 총 101대가 운용 중이다. B737-800은 지난 1997년 출시 후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5000대가 넘게 팔린 기종으로 많이 운용되고 있는 만큼 기체 결함이나 사고 소식도 많이 전해지고 있다.


제주항공이 39대로 국내 항공사 중 가장 많은 수를 투입하고 있고 이어 티웨이항공(27대), 진에어(19대), 이스타항공(10대), 에어인천(4대) 대한항공 2대 등이다. 에어부산은 A321-200 등 에어버스 여객기로 기단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가가 오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참사의 원인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만큼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상업용 여객기의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려면 최소 6개월 이상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관계 당국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B737-800 기종이나 LCC 업계 전반의 구조적인 리스크로 단순화하는 것은 불필요한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며 “다만 불안정한 국내 정세 및 경기와 맞물려 항공여객 수요에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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