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범금융 신년인사회 개최…500여명 참석
경제 현안 논의…국가 애도기간 차분한 분위기
서민·소상공인 지원 및 리스크 관리 만전 당부
국내 경제·금융 인사들이 새해를 맞아 한 자리에 모였다. 탄핵 정국으로 인한 국정 공백 속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경제 상황에서 마련된 자리인 만큼 ‘시장안정’이 가장 큰 화두로 올랐다.
국가 애도기간 중 진행된 만큼 다소 차분하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지만 참석자들은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우리나라 경제 회복과 안정에 대한 대책과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들은 금융권이 서민과 소상공인 지원 등을 약속하며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은행연합회 등 6개 금융협회 주관으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된 ‘2025년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김범석 기재부 제 1차관이 대독한 신년사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고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커진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현장에 있는 금융인 한 분 한 분이 외국인투자자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한국경제의 건전성을 알리는 민간 국제금융협력대사 역할을 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지난달 은행권에서 마련한 연 6000억~70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지원 방안도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시행해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들에게 힘을 보태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우리 경제가 처한 환경은 녹록지 않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도 나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새해에도 우리 앞에 놓인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다”면서도 “어려운 상황을 잘 극복해온 저력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우리 모두 합심해 어려움을 헤쳐나간다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면서 우리 경제는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통화정책은 전례 없이 높아진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하에서 물가·성장·환율·가계부채 등 정책 변수 간 상충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유연하고 기민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며 “우리 경제 시스템은 정치 프로세스에 영향 받지 않고 독립적이고 정상적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권한대행의 헌법 재판관 임명에 대해서도 재차 지지하며 “대외 신인도 하락과 국정공백 상황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여야가 국정 사령탑이 안정되도록 협력해야 할 때”라며 “한국은행도 풍랑 속에서 중심을 잡고 우리 경제의 대외 신인도를 지켜내는 방파제 역할을 수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수장들도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리스크 관리 등을 강조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시장 안정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실물 경제 회복에 주력하면서 우리 경제·금융의 신인도 유지를 위한 노력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서민 정책금융 확대와 은행권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 등 ‘민생’ 안정 대책이 현장에서 신속하게 안착해 서민·소상공인분들께서 그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김 위원장은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금융 혁신도 멈추지 않겠다”며 “자본시장 밸류업, 인공지능(AI) 확산을 위한 인프라 정비 등을 일관되게 추진해 금융산업의 혁신을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체적인 건전성·유동성을 굳건하게 유지하는 동시에 서민·소상공인,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과 경영계획 등을 계획된 일정에 따라 흔들림 없이 추진해 주시기 바란다”며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기관투자자로서의 역할에도 소홀함이 없어야겠다”고 당부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대내외 환경의 급변에도 우리 금융시스템이 흔들리지 않도록 손실흡수능력을 충분히 확보하는 등 위기대응역량 강화에 신경써 달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하반기 은행 위기 상황을 대비해 추가 자본 적립 의무를 부과하는 ‘스트레스 완충자본’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또 “올해는 민생경제 지원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노력을 당부드린다”며 “우리 사회 눈앞으로 다가온 인구 감소, 디지털 혁신, 기후 변화 등의 구조적 변화를 면밀히 살피고 이에 대해 중 ·장기적으로 대비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범금융 신년인사회는 은행연합회 등 6개 금융협회가 주관해 주요 경제·금융권 인사들을 초청하는 대규모 신년 행사다.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한국은행 총재 등 경제·금융당국 수장뿐 아니라 6개 금융업권별 협회장, 금융지주·은행 등 국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및 국회의원, 금융 유관기관 대표 등 범금융권 인사가 참석한다. 올해는 약 5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국가 애도기간 중 열려 예년보다는 참석자 수가 줄었다는 후문이다.
올해 신년인사회에 경제부총리를 맡고 있는 최 권한대행은 참석하지 않았다. 현직 부총리가 범금융 신년인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건 지난 2021·2022년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행사가 중단됐던 때를 제외하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말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로 부총리가 권한 대행을 맡고 있는 상태다. 최근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수습뿐만 아니라 이날 대통령 권한대행 자격으로 참석해야 할 신년인사회 행사가 줄지어 열렸던 일정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한편 이 날 행사는 국가애도기간을 감안해 항공사고 희생자에 대한 추모 묵념으로 시작했다. 또 축포나 공연 등 일부 세레머니를 자제하고 전체적으로 차분하게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