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무안공항서 동체 착륙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발생…181명 중 179명 사망
참사 명칭 두고 정치권, 네티즌 등 갑론을박…사고 책임 주체 명확히 가려야 한다는 이유
전문가 "조류 충돌 위험 상존하는 공항서 운항 지속됐음에도 관리 못한 공항 측 과실 커"
"과거 사례 봐도 국내외에서 발생한 항공 사고 대부분 지역명 따서 명칭 붙여왔어"
전남 무안공항에서의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지 일주일 가까이 됐지만, 여전히 참사 명칭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언론에 노출된 명칭이 향후 사고를 칭하는 고유명사로 인식될 수 있는 만큼 참사 초기 명명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참사 명칭에 사고 책임이 있는 곳의 이름을 활용해 책임 주체를 명확하게 가려야 한다는 이유도 있다.
다만 명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기까지 최소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로컬라이저(방위각시설) 둔덕이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무안공항 측의 사고 전 조치에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3일 데일리안 취재를 종합해 보면,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무안공항으로 향하던 제주항공 7C2216편은 지난달 29일 오전 9시 3분쯤 무안공항 활주로에 동체착륙을 시도하다가 공항 시설물과 충돌해 기체 대부분이 화염에 휩싸이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전체 탑승자 181명 중 승객 175명과 조종사·승무원 각 2명 등 179명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생존한 2명은 기체 손상이 비교적 작았던 꼬리 쪽에서 구조된 승무원들이다.
사고 직후 언론에서는 '제주항공 참사' 또는 '무안공항 참사'라는 명칭을 앞세워 관련 소식을 전달했다. 참사 초기 정부 등은 '무안공항 사고'라고 칭했다. 이를 두고 일부 진보 성향 정치권에서는 "지역명을 앞세운 명칭은 지역 혐오를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993년 아시아나 여객기가 목포공항에 착륙하려다 해남에 추락한 사고는 ‘아시아나기 해남 추락사고’, 1997년 대한항공 여객기가 미국 괌 공항 인근에서 추락한 사고는 ‘대한항공 괌 추락사고’라고 칭하면서 이번 참사에는 사고 발생 지점인 '무안'이란 지명이 포함되지 않는 것을 두고 부자연스러운 명칭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명칭 논란은 참사의 명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항공기의 정비 불량이나 기체 결함이 문제인지, 아니면 공항의 지리적·구조적 문제가 더 크게 작용했는지는 앞으로의 조사를 통해 밝혀야 할 일이다.
다만 항공업계와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무안공항 내 로컬라이저 시설이 기준을 위반해 설치됐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발생 이후 해당 시설물이 적법하게 설치됐다고 밝혔지만 이후 관련 규정을 더 들여다보겠다고 입장을 바꾸면서 항공사 측보다는 공항 측 과실에 무게가 쏠리는 분위기다.
항공 전문가들은 무안공항 측이 사고 원인에 더 큰 책임이 있다며 '무안공항 참사'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안영태 극동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사고의 원인에 대해 말하면 끝도 없지만 무안공항의 입지 여건을 보면 철새가 텃새화되면서 많은 서식을 통해 (항공 사고) 위험이 증가했다. 이런 위험이 상존하는 공항에서 항공 운항이 지속된 점, 로컬라이저 둔덕 등 구조물이 부서지기 쉽도록 설계되지 않은 점 등이 더 큰 참사를 일으킨 것"이라며 "사고기인 보잉737 매뉴얼에도 조류에 관한 것은 공항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돼 있다.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책임소재를 따지는 건 굉장히 조심스럽지만 공항 측의 사고 전 조치에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인규 한국항공대 비행교육원장은 "조류 충돌로 인한 랜딩 기어 미작동으로 동체착륙을 했지만 이후 공항 내 로컬라이저 둔덕에 충돌하면서 기체가 대파돼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무안공항의 둔덕이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본다"며 "그렇기 때문에 제주항공 참사보다는 무안공항 참사가 맞다. 이전 사례를 봐도 국내외에서 발생한 항공 사고 대부분이 지역명을 따서 명칭을 붙여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