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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수장들이 ‘정치’ 얘기하는 현실 [기자수첩-금융증권]


입력 2025.01.06 07:00 수정 2025.01.06 07:00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이창용 이어 이복현도 최 권한대행 행보 지지

“경제 위해 불가피한 결정…대외신인도 우려”

탄핵 국면 장기화로 한국 경제 위기감 깃들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 권한대행, 김병환 금융위원장. ⓒ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총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금융감독원도 최상목 권한대행께서 경제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지지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범금융 신년 인사회’에서 발언한 내용이다. 검사 출신으로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통하는 이 원장은 사전 배포한 원고에는 없던 내용을 현장에서 추가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에 이어 이 원장도 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결정에 지지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총재는 전날 헌법재판관 임명에 반발한 국무위원들을 향해 "고민 좀 하고 얘기했으면 좋겠다"며 작심발언을 했다. 최 대행은 지난해 12월 31일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2명을 임명했다.


그는 이날 한은 신년사를 하던 중 “최상목 권한대행께서 지난 화요일 대외신인도 하락과 국정 공백 상황을 막기 위해 정치보다는 경제를 고려해서 어렵지만 불가피한 결정을 했다”며 “해외에서 볼 때 대통령에 이어 총리까지 탄핵됐는데 또 탄핵되면 정치적 리스크가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우려했다.


독립성이 강조되는 한은 총재가 ‘정치적 메시지’를 꺼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안이다. 심지어 직원들이 신년사를 읽기만 하고 애드리브는 하지 말라고 만류했지만 쓴소리를 내뱉었다는 후문이다. 최근 공식 발언을 삼가고 있던 이 원장도 논란을 감수하고 최 권한대행에 힘을 실어줬다.


이러한 배경에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한국 경제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절박함이 자리잡았다. 김병환 금융위원장까지 포함한 경제·금융 수장인 ‘F4’(Finance 4)는 이미 수차례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위기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죽했으면 정치적 메시지까지 내놓았겠냐는 시선이다.


실제 비상계엄 선포 직전인 지난달 3일 1402.9원(종가)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안정과 혼란을 반복하면서 우상향 중이고 1500원대를 바라보고 있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1.8%로 낮춰 저성장을 공식화했다. 올해 수출증가율은 1.5%로 급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공개될 소비와 생산 지표 등도 잿빛 전망이다.


한국의 거시경제 펀더멘털은 견조하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은 자본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치가 우리 경제의 대외적인 취약성을 부각시키고 있는 시점에서 이렇다 할 돌파구도 보이지 않아 더욱 답답한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2주 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정부가 출범한다. 진짜 위기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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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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