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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율 상승에 실손보험·비급여 손본다…본인 부담 90%로 확대


입력 2025.01.09 14:36 수정 2025.01.09 15:02        황현욱 기자 (wook@dailian.co.kr)

2023년 말 비급여 규모 20조2000억…과잉 진료 문제

가입자 65%는 無…상위 9%가 80% 받는 기형적 구조

“4세대도 궁극적 관리 안돼…신속한 개편 필요” 지적도

실손의료보험 이미지. ⓒ연합뉴스

도수치료 등 비급여 질환에 대한 과잉진료로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비급여 질환에 대한 본인부담을 최대 90%까지 확대하는 5세대 실손보험 도입을 서두른다. 의료 쇼핑을 막고 본인 부담을 늘려 건강보험의 재정 누수를 막겠다는 복안이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는 이 날 오후 개최한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비급여·실손보험 개편 초안을 발표했다.


실손보험은 그동안 비급여 진료를 과다보장을 해준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왔다. 이 때문에 3차례 개선 작업이 이뤄졌으며 지금은 4세대 실손보험까지 출시됐다.


비급여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질환 치료 등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급여 대상에서 제외돼 진료 비용을 환자가 모두 부담하는 진료를 뜻한다. 일부 실손보험의 경우 비급여를 횟수 제한 없이 보장해주다 보니 실손보험에 대한 손해율이 상승하고 있다.


비급여의 규모는 지난 2023년 말 기준 20조2000억원으로 추정되며 매년 증가세를 보여왔다. 비급여 진료는 가격, 진료 기준, 사용 여부 등이 시장에서 자율 결정되다 보니 의료기관별 가격 편차가 큰 상황이다.


2023년 전체 손해보험사 지급 실손보험금 11조9000억원에서 10대 비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31%, 3조70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비급여는 ▲물리치료 ▲백내장 수술▲비급여 주사제 ▲척추관련 수술 ▲재판매가능 치료재료 ▲발달지연 ▲유방질환 ▲하지정맥류 ▲생식기질환 ▲비밸브재건술 등이다.


예컨대 도수치료 같은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 수가는 3만6080원에 불과하지만 건강보험에서 비급여 진료비 중간값은 10만원, 최고금액은 28만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실손보험은 ‘과도한 보장’과 ‘미약한 심사체계’로 인해 비급여 시장이 팽창하도록 유인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문제의 비급여 보장을 축소해도 다른 비급여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거나 신의료기술이 등장하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수준에 그쳤다.


이 때문에 3578만건의 가입자 중 다수는 보험료만 납부하고 소수만 보험금을 받는 보험료의 공정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됐다. 가입자의 65%는 받은 보험금이 0원인 데에 반해 보험금 수령 상위 가입자 9%가 지급된 보험금의 약 80%를 차지해 왔다.


이에 의개특위는 실손보험이 가입자 간 공정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개혁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표적으로 남용 우려가 큰 비급여에 대해 ‘관리급여’로 전환해 진료기준·가격 등을 설정해 관리에 나선다. 비급여 보고 등 모니터링을 통해 진료비, 진료량, 가격 편차가 크고 그 증가율이 높은 비급여 항목에 대해 본인 부담률을 기존 20%에서 90%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추진한다.


또 미용 성형 및 라섹 등 치료적 목적 외 비급여는 병행 진료 시 급여를 제한한다. 병행진료 제한 비급여 항목을 고시해 함께 실시하는 진찰료 , 치료재료, 약제 등 일체 급여행위에 대해 비급여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일반질환자와 중증질환자를 구분해 급여 자기 부담률을 차등화에 나선다.


일반질환자는 실손보험 자기부담률을 건강보험 본인부담률과 동일 적용하며 중증질환자의 경우 급여의료비를 선별급여(50~90%)에도 최저 자기부담률(20%)만 적용하는 방식이다. 또 저출생·고령화시대에 맞춰 임신과 출산 항목에 대해 급여 의료비를 신규 보장한다.


보험금 지급 분쟁이 빈번한 백내장·비급여 주사제·척추 수술 등 주요 비급여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분쟁 조정 기준도 신설한다. 이는 전 세대 실손 보험에 동일 적용한다.


1세대(654만건) 및 초기 2세대(928만건) 합계 총 1582만건 실손보험은 약관 변경 조항이 없어 계약 만기(100세)까지 강제로 해지가 불가능하다. 이에 소비자가 원할 경우 보험사는 금융 당국이 권고하는 기준에 따라 보상하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계약 재매입만으로는 초기 실손보험 가입자의 5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의 한계를 맞는 만큼 법 개정을 통해 가입자 이익 침해를 최소화하면서 초기 실손에도 약관변경 조항을 적용 검토한다.


의개특위는 “이번 실손보험 개혁을 통해 실손보험으로 인한 의료남용과 시장교란을 개혁해 의료체계 정상화 지원을 기대한다”며 “소수 가입자의 불필요한 비중증 비급여 이용을 차단해 국민의 보험료 공정성 제고 및 부담이 감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5세대 실손 개편안을 두고 의료계와 보험업계간 반응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에선 비급여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면서 반발이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젊은 세대의 경우 병원을 자주 방문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5세대 실손보험 도입이 이득일지 모르겠지만 향후 나이가 들어 비급여 치료가 필요할 때는 본인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손보험은 보험사와 소비자 간의 계약임에도 정부가 개입하는 모양새는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보험업계는 이번 개편안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편으로 국민들의 보험료 및 의료비 부담을 덜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실손보험 상품구조 개편은 필수의료 강화 등 의료체계 정상화, 과잉진료 및 의료쇼핑으로 인한 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 위기 해소 등을 위해 추진됐다”며 “향후 비 급여 가격 규제 등 제도 개선에 대한 세부 사항도 구체적으로 검토돼 개혁의 효과가 발휘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비급여 과잉공급을 억제할 수 있는 비급여 횟수제한, 비급여 가격 상한, 일부 의료기술이 맞는지에 대한 판단 등 구체적인 대안이 빠져있다”며 “도수치료 등 필수적인 치료가 아닌 비중증 과잉 비급여를 반드시 급여화해 관리필요, 구체적인 가격상한, 치료횟수, 치료주기 등에 대한 기준이 신속히 복지부 고시로 발령되어야 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비급여 대책 관련 과제별 시행시기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는데, 세부 실행계획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미 실손보험이 갖고 있는 문제점이 큰 만큼 하루라도 빨리 개편안을 도입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그간 실손보험은 비급여 과다진료에 대한 누수가 많이 발생한 바 있다”며 “1~3세대 실손의 미흡한 점을 4세대 실손보험이 보완했지만 여전히 궁극적으로 관리가 안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의개특위에서도 더 이상 비급여 과잉진료가 실손보험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공감을 하고 있다는 점에 다행”이라면서 “비급여와 실손보험 투-트랙으로 보완하고 관리한다면 효과 있게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토론회를 포함해 의료계와 보험업계의 이견을 조율하고 금융위원회의 최종안 등을 반영한 개혁방안을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황현욱 기자 (w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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