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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 ‘회수 불능’ 부실채권 2조6000억…기업대출 손실 영향


입력 2025.01.13 06:00 수정 2025.01.13 06:00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소폭 늘었지만…5대 은행서 악성채권 급증

고금리·경기침체에 이자 못 갚는 기업 늘어

빚 부담 이미지.ⓒ연합뉴스

지난해 국내 시중은행이 돈을 빌려주고 사실상 회수를 포기한 대출이 2조6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 고강도 규제에 막혀 기업대출에서 활로를 찾았지만 경기 침체와 고금리 장기화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한 가계와 기업이 크게 증가한 탓이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21개 은행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추정손실 여신 총액은 2조59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943억원)이 증가했다.


금융사들은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NPL)은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특히 마지막 단계인 추정손실은 가장 질이 나쁜 대출로 사실상 손실이 확정된 여신이다.


국내 은행 부실채권 규모 추이 그래프. 금융감독원 참고. ⓒ 데일리안 이호연 기자

추정손실은 전액을 충당금으로 잡아야 하기 때문에 추정손실 규모가 늘어날 수록 금융사도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다.


국내 은행의 추정손실 규모의 3분의 1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차지했다. 5대 은행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추정손실액은 83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26%(1687억원) 급증했다.


은행권의 추정손실 규모가 불어난 것은 부실 채권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고정이하여신액은 14조5236억원으로 1년 전보다 26.4%(3조307억원) 늘었다. 국내 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은 2023년 9월 1조1000억원 대였으나 매 분기마다 늘어 1조4000억원을 돌파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떼인 돈이 확대됐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빠진 차주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특히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 등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 연체율은 0.65%로 1년 전보다 0.16%포인트(p) 올랐다. 대기업 연체율은 0.04%에 그쳤다.


은행권은 올해도 대출 총량에 제한이 걸린 가계 대출보다 기업 대출에 초점을 맞춰 영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기준금리가 하락해 차주들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란 시각도 지배적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과 11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2회 연속 인하했지만 대출 금리인하 체감은 미미하다. 이미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했고 은행권이 대출 급증세를 관리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가산금리를 올렸기 때문이다.


이달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지만 1500원을 위협하는 고환율과 곧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내수 침체 등으로 한은도 셈법이 복잡해졌다.


미국도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금리 인하 기조에 변화가 감지된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이달 FOMC 회의에서 금리 동결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연준의 이달 금리 동결 전망은 95.2%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고금리 장기화로 부실 채권이 급증했지만 부실채권 처리 속도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연체율 관리 및 부실채권 상-매각 등 각별한 건전성 관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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