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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선단 공정 경쟁 가열…올해도 쩐의 전쟁은 지속된다


입력 2025.01.13 11:18 수정 2025.01.13 11:18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TSMC·인텔 등 메가 팹 구축 위해 글로벌 공급망에 수십조 투자

삼성·SK, HBM 등 메모리 반도체 경쟁 우위 위해 투자 규모 늘릴 듯

TSMC 팹 12A.ⓒTSMC

새해에도 반도체 경쟁 우위를 이어가기 위한 글로벌 투자가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에만 18개의 신규 팹(fab·생산시설) 건설 프로젝트가 예고된 가운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는 대만 TSMC를 필두로 여러 업체들이 공급망 확대에 나선다. 메모리에서는 투톱인 삼성·SK가 선단 공정을 중심으로 조 단위 투자를 이어간다.


13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8개의 신규 팹 건설 프로젝트(연구개발 라인은 미포함)가 시작된다. 신규 프로젝트에는 200mm(8인치) 시설 3곳과 300mm(12인치) 시설 15곳이 포함된다. 대부분 오는 2026년~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과 일본이 각각 4곳, 중국과 유럽 및 중동 지역이 각각 3곳이다. 대만은 2곳, 한국·동남아시아는 각각 1곳이다. 여기에는 TSMC, 마이크론,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 투자가 포함된다.


먼저 TSMC는 오는 16일 예정된 실적 발표회에서 대규모 투자 계획을 설명할 예정이다. TSMC는 매년 초 예상 연간 설비투자(CAPEX) 규모를 공개해왔다.


올해 투자 규모는 작년 수준을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웬델 황(Wendell Huang) TSMC CFO(최고재무관리자)는 지난 3분기 실적설명회에서 "(2025년) 캐펙스는 (2024년 보다) 더 높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앞서 TSMC는 지난해 1월, 연간 설비투자 가이던스를 280억~320억 달러(약 41~47조원)로 제시했다. 이어 같은 해 10월 "올해 자본 지출은 300억 달러 보다 높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첨단 공정에 70~80%, 특수 공정에 10~20%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나머지는 첨단 패키징, 테스트, 마스크 제조 등이다.


TSMC 전망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AI(인공지능) 서버를 중심으로 반도체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해당 수요 대응하기 위한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투자 범위가 자국을 넘어 글로벌 전역으로 확장되는 것이 주목할 포인트다.


이미 반도체가 국가 차원에서 관리가 필요한 핵심 기술이자 전략물자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주도권 확보를 위한 글로벌 기업과 각국 정부의 밀월은 매해 뜨거워지는 모습이다. 앞서 바이든 정부는 TSMC에 반도체 보조금 66억 달러(9조7000억원)를 확정했다.


이를 계기로 TSMC는 총 650억 달러(96조원)를 미 본토에 투자한다. TSMC는 총 400억 달러(약 59조원)를 들여 애리조나에 피닉스 1·2공장을 짓고 있으며 3공장을 위해 250억 달러를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1공장은 현재 양산중으로 4nm(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반도체 칩이 생산된다. 2공장에서는 3nm 뿐 아니라 차세대 나노시트 트랜지스터를 사용한 2nm 반도체도 생산한다. 2028년부터 2nm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작년 3월 인텔 애리조나에서 열린 CHIPS 및 과학법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인텔

일본에는 구마모토현에 제2공장을 착공한다. 작년 12월 가동을 시작한 1공장에서는 소니, 덴소 등에 공급할 12∼28nm 공정의 연산용 로직 반도체를 생산한다. 최신 파운드리 기술은 3nm로 첨단 공정은 아니지만, 현재 일본이 양산 가능한 공정이 40nm에 머물고 있음을 고려하면 기술 혁신에 한 걸음 다가선 것으로 평가된다.


2공장은 10nm 이하 공정을 도입할 예정으로, 최첨단 기술 확보에 잰걸음을 낼 방침이다. 올 1분기 중 착공하며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1·2공장 총 투자액은 2조9600억엔(27조7000억원)으로 일본 정부가 절반에 가까운 1조1080억엔을 지원한다. 이로써 TSMC는 1공장에서는 12·16·22·28nm 생산라인을, 2공장에서는 10nm 생산라인을 구축해 첨단 제품 생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는 NXP, 보쉬, 인피니언 등 자동차용 반도체 기업과 합작법인 형태로 독일 드레스덴에 반도체 팹을 지을 예정이다. 이 계약에서 TSMC는 70%의 소유권을 가진다. 독일 정부는 이 공장에 50억 유로(7조54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인텔은 실적 악화로 한 풀 꺾이기는 했지만, 미 본토를 중심으로 파운드리 투자를 이어간다.


앞서 인텔은 미국에 1000억 달러를 투자해 애리조나주를 비롯해 뉴멕시코주, 오하이오주, 오리건주 등에 생산거점을 확보하는 계획을 세웠으며, 미 정부로부터 가장 많은 78억6500만 달러(11조5800억원)의 보조금을 확정했다.


현재 미국 애리조나에 짓고 있는 반도체팹은 올해 양산이 목표로, 총 200억 달러(약 29조원)를 투입한다. 애리조나 공장은 인텔이 목표로 하는 파운드리 시장 재진입의 대표 거점으로 활용된다.


인텔은 파운드리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경쟁사들을 따라잡기 위해 연말까지 18A(옹스트롬, 1.8nm급) 제조 준비를 완료하고 2027년까지 1.4nm 초미세 공정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TSMC, 삼성의 파운드리 로드맵 보다 빠르다.


미셸 존스턴 홀타우스 인텔 프로덕트 그룹 CEO는 최근 열린 'CEO 2025'에서 CPU(중앙처리장치) '펜서레이크'의 올 하반기 양산 계획을 밝히며 18A 공정 양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메모리 제조사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뉴욕주 클레이(2곳)와 아이다호주 보이시(1곳)에 팹을 건설중이다. 뉴욕주 공장은 각각 2028년과 2029년에, 보이시 공장은 2026년 반도체 생산을 목표로 한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열기에 못지 않게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행렬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AI 시대' 개화로 HBM(고대역폭메모리), CXL(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 등 첨단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다, 경쟁사들의 장악력 확대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가 예상된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작년 시설 투자가 반도체에서만 47조9000억원으로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메모리의 경우 시황과 연계된 탄력적 설비 투자 기조를 유지하면서 HBM과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에 중점 확대가 이뤄졌다.


다만 파운드리는 모바일/PC 수요 부진 영향으로 투자 규모를 축소했다. 미국 테일러 공장도 2026년으로 가동을 연기했다.


삼성은 올해 선단 기반 고부가 시장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작년과 유사한 수준의 시설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10월 실적 설명회에서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HBM 후공정 투자, 중장기 클린룸 선확보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겠다"면서 "설비 투자는 증설 보다는 전환 투자에 초점을 두겠다. 기존 라인에 대해 1b nm D램, V8/V9 낸드 전환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파운드리는 다양한 응용처를 확대해 실적 개선을 추진하고 2나노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 양산성 확보 등을 통해 HPC(고속컴퓨팅), AI, 오토모티브 등 고객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은 GAA 기반 3nm 1세대(SF3E)를 양산중이며, 2nm에서는 모바일향 중심으로 올해 2nm 공정(SF2)을 양산하고, 2026년 고성능 컴퓨팅(HPC)향, 2027년 오토모티브향 공정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로드맵을 공개한 바 있다. 이 로드맵에 발 맞춘 생산시설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작년 HBM 등 메모리 호황에 힘입어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SK하이닉스는 올해에도 AI용 메모리를 중심으로 투자를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3분기 누계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투자 규모는 10조5300억원이다. 이를 계산하면 연간으로 14조~15조원 수준의 투자가 집행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이 11월 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4’에서 ‘차세대 AI 메모리의 새로운 여정, 하드웨어를 넘어 일상으로’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하고 있다.ⓒSK하이닉스

올해에도 이익 개선을 주도할 최첨단·초고성능 제품을 위주로 투자를 늘릴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SK하이닉스는 현존 HBM 최대 용량인 48GB(기가바이트)가 구현된 16단 HBM3E 개발을 공식화했다. 이는 기존 12단을 넘어선 HBM3E 최고층 제품으로, 올해 양산이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저전력과 고성능이 강점인 LPCAMM2 모듈을 비롯해 1cnm 기반 LPDDR5와 LPDDR6도 개발 중이다. 낸드에서는 PCIe 6세대 SSD와 고용량 QLC 기반 eSSD, UFS 5.0을 준비 중이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AI 시대에 세계 최고 메모리를 적기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반도체 업체들은 이달 중·하순 예정된 4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올해 투자 계획과 더불어 차세대 반도체 제품 기술력 과시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CXL, PIM(Processing in Memory) 등을 비롯한 미래 반도체 로드맵 전략이 주목된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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