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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년 만에 내려 놓은 마이크…‘가황’ 나훈아다웠던 마지막 [D:이슈]


입력 2025.01.13 12:53 수정 2025.01.13 12:53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은 마이크를 내려놓는다는 이 결심이다. 저는 이제 마이크를 내려놓는다.”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열린 나훈아의 마지막 콘서트 ’라스트 콘서트 –고맙습니다‘의 대장정이 마무리됐다. ‘가황’(歌皇) 나훈아는 59년 가수 인생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뉴시스

1967년 데뷔한 나훈아는 수많은 히트곡을 발표하며 ‘트로트 황제’로 군림해왔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화려한 퍼포먼스, 작곡 능력까지 갖추면서 한국 대중음악사에 큰 획을 그었다. 음악 인생동안 200장의 앨범, 1200여개의 자작곡을 포함해 2600여곡으로 대중을 만났다.


콘서트에서 “내가 우리나라에서 히트곡이 제일 많은 가수다. 자작곡을 제일 많이 히트시킨 가수도 나다”라고 자부심을 드러낸 것처럼 ‘무시로’ ‘잡초’ ‘고향역’ ‘사랑’ ‘영영’ ‘테스형!’ 등 히트곡만 해도 120곡에 달한다. 당시 남진과 라이벌 구도를 만들면서 가요계에 강령한 팬덤 문화를 형성했다.


나훈아의 매력은 ‘콘서트’에서 빛을 발한다. 그는 일찌감치 1인 기획사 시스템을 구축하고 콘서트를 매번 직접 기획하고 연출하며 완벽을 기했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화려한 무대 매너, 관객을 압도하는 카리스마에 더해 뛰어난 연출력과 퍼포먼스는 정평이 나 있다. 단순히 음악 공연을 넘어선 하나의 종합 예술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트로트 콘서트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훈아는 이번 콘서트에서 “내가 노래하는 동안 11명의 대통령이 바뀌었다”며 긴 가수 인생사를 보여주듯 박정희를 시작으로 윤석열에 이르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얼굴 사진을 무대 전광판에 띄우기도 했다. 그는 “역대 대통령들과 사이가 안 좋았다. (내가) 말을 안 들으니까“라며 ”대통령 정도되면 ‘(나보고) 오라’고 하는데, 나는 ‘왜 부르노’ 하니까 나를 취급을 안 하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는 ‘59년 음악 외길’을 걸어온 나훈아의 자부심을 대변하는 일화이기도 하다. 그는 시대적 상황도 ‘음악’에 접목시켜왔고, 재벌가의 사적 공연 요청에도 ‘내 노래를 듣고 싶으면 티켓을 사서 콘서트에 오라’고 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정계 입문 제의에도 “내가 정말로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면 노래를 불러야 한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콘서트에서도 거침없는 발언은 이어졌다. 나훈아는 계엄 사태로 촉발된 사회적 혼란과 관련해 자신의 ‘왼팔’을 가리키며 “왼쪽이 오른쪽을 보고 잘못했다고 생난리를 치고 있다. (왼쪽) 니는 잘했나”라는 언사로 회자됐다. 이 발언이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자 그는 다음날 공연에서 “(오른쪽도)별로 잘한 거 없다. 근데 (왼쪽)너는 잘했냐는 얘기다. 우리 후세들에게 이런 나라를 물려주면 안 된다”고 일갈했다.


솔직하고 거침없는 모습은 나훈아의 59년 음악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긴 하다. 이 모습이 그를 매력적으로 만들었고, 동시에 여러 이슈와 논란을 만들기도 했다. 이번 마지막 콘서트에서의 발언 역시 마찬가지다. 정치적 이슈로 더 주목을 받게 됐지만, 59년 음악사를 집대성한 무대와 함께 그의 솔직한 발언까지 여러모로 ‘나훈아다운’ 마지막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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