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연간 매출 300조9천억·영업익 32조7천억 달성
모바일·PC 약세에도 DS 부문 15조 영업익…경쟁사 보다 열위
스마트폰은 플래그십 선전에도 작년 보다 실적 감소
프리미엄 및 고용량·고사양 제품 포트폴리오로 수익 개선 다짐
삼성전자가 지난해 약 33조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최악의 성적을 거둔 2023년(6조5000억원) 보다는 크게 개선됐으나 반도체(DS)·모바일(MX) 부문이 막판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연간 실적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올해에도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 PC·모바일 등 주요 응용처 수요 부진,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넘어야 할 난관이 적지 않다. 삼성은 갤럭시 S25 시리즈 판매 드라이브로 'AI폰' 리더십을 강화하는 한편 시장 의구심이 지속되는 HBM3E(5세대 HBM)는 개선 제품을 선보이는 등 자체 기술 경쟁력으로 올해 파고를 넘어서겠다는 전략이다.
삼성, 연간 매출 300조9천억·영업익 32조7천억 달성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매출 300조9000억원, 영업이익 32조7000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밝혔다. 연간 매출은 2022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액수이며 영업이익은 전년(6조5670억원)과 견줘 398.34% 늘었다.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은 반도체(DS)를 중심으로 이익이 대폭 개선된 영향이 크다. 지난해 DS 부문 영업이익은 15조1000억원을 기록, 전년 보다 30.0% 늘었다.
전체 영업이익에서 반도체 비중은 46%다. 2023년 14조9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과 비교하면 두드러진 개선이다.
실제 이 기간 스마트폰 사업이 10조6000억원, 삼성디스플레이(SDC)가 3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전년 보다 18.4%, 33.9% 쪼그라든 상황과 대조적이다.
4분기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는 매출 75조8000억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서도 DS 부문이 2조9000억원의 이익을 내며 전체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회사측은 메모리는 모바일 및 PC용 수요 약세가 지속된 가운데, HBM 및 서버용 고용량 DDR5 판매 확대로 D램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해 4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연구개발비 및 첨단 공정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초기 램프업(Ramp-up) 비용 증가로 소폭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모바일·PC 약세에도 DS 부문 15조 영업익…경쟁사 보다 열위
고부가 제품으로 분류되는 HBM, DDR5 등 판매 호조로 삼성 반도체가 회복되면서 연간 실적을 개선시킨 것은 고무적이나 경쟁사와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23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삼성 반도체 실적을 8조원 이상 따돌렸다.
하이닉스가 메모리 사업 위주로 사업을 하고 있고 삼성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시스템LSI(반도체 설계) 등 비메모리 사업에서 매해 조 단위 적자를 내고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뼈아픈 대목이다.
증권가는 비메모리 사업에서 삼성이 지난해 5조원 안팎의 영업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한다. IBK투자증권은 4조7340억원, 대신증권은 5조2270억원, iM증권은 5조5090억원의 영업손실을 추정했다. 비메모리 손실을 감안하더라도 삼성 DS 부문 연간 영업이익은 SK하이닉스를 2~3조원 하회한다.
또 다른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에서도 2023년 수준을 미달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작년 MX/네트워크 사업 영업이익은 10조6000억원으로 전년 13조원 보다 2조4000억원 줄었다.
갤럭시 S24 시리즈 판매가 호조를 보였으나 다른 제품들이 기대 만큼 신모델 효과를 내지 못했고 모바일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 4분기 비수기 효과까지 맞물렸다.
지난해 디스플레이(SDC)도 2023년 5조6000억원에 한참 못미치는 3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에 그쳤다. 스마트폰 수요 부진과 함께 경쟁사들과의 경쟁 심화로 실적이 약화됐다.
DS 부문을 제외하고 2023년과 견줘 2024년 영업이익이 개선된 사업은 자회사 하만, 가전/VD 사업 뿐이다. 이들이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이더라도 영업이익 앞자리를 바꿀 정도의 볼륨을 갖춘 것은 아니어서 이익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
올해에도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등 다양한 위기 요인이 상존해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넘어서야 할 산이 적지 않다.
특히 기술 경쟁력에 의구심을 받고 있는 HBM에서는 경쟁사를 넘어설만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AI 시장에서 가장 지배력을 갖춘 엔비디아로부터 차세대 HBM 승인을 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간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삼성전자의 HBM3E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해왔다. 젠슨 황 CEO는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열린 'CES 2025'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의 HBM과 관련해 "현재 테스트 중이며,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새로운 설계를 해야 하고(they have to engineer a new design),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삼성 HBM의 '성공'과 '회복'을 언급했지만 결정적으로 '새로운 설계'를 주문하면서 삼성이 여전히 엔비디아의 기준에 미달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엔비디아 요청대로 HBM3E 설계를 다시 하거나 아예 5세대를 건너 뛰고 6세대(HBM4)에서 새롭게 승부를 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었다.
이에 대해 삼성은 HBM3E 재설계, HBM4 개발을 함께 추진중이라고 이날 공식적으로 밝혔다. 삼성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HBM3E 8단 개선 제품 양산을 1분기부터 돌입해 2분기부터 공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요 고객사 수요가 제품 개선쪽으로 옮겨가면서 HBM 수요는 일시적으로 공백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블룸버그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로부터 HBM3E 8단 공급 승인을 받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양산 일정(1분기)을 감안하면 엔비디아의 삼성 HBM3E 승인설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삼성은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삼성은 HBM3E 8단 뿐 아니라 12단, 16단 등 제품 라인업을 빠르게 확대해 기술 리더십을 빠르게 회복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고객 수요가 올 2분기 이후 HBM3E 8단에서 12단으로 빠르게 전환할 것"이라며 "고객 수요에 맞춰 HBM 공급량을 전년 대비 2배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16단 제품의 경우 샘플을 제작해 주요 고객사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프리미엄 및 고용량·고사양 제품 포트폴리오로 수익 개선
HBM4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삼성은 연내 HBM4를 개발·양산해 AI 시장 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엔비디아향 HBM3E 공급이 본격화되고 HBM4도 제때 승인을 받으면 삼성으로서는 경쟁사 추격 고삐를 조일 계기를 마련하게 될 전망이다.
다만 올해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모바일, PC 등 주요 고객사 재고조정이 1분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며 서버도 GPU(그래픽처리장치) 공급 제약으로 메모리 수요가 이연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부 조사기관은 모바일, PC, 서버용 DDR5, SSD 가격이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같은 전망을 종합하면 2분기는 돼야 재고가 빠지고 신제품 효과도 나타나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 반도체로서는 D램에서는 서버향 DDR5, 낸드에서는 QLC SSD 등 고부가 제품 위주로 판매를 늘리면서 수익을 방어하는 전략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레거시(범용)를 중심으로 가격 하락을 주도하는 만큼 레거시 제품 비중은 축소한다.
비메모리 부문에서는 파운드리는 선단 노드 기반 AI/HPC 매출 확대를, S.LSI는 플래그십 SoC(시스템온칩) 적기 개발로 수익을 개선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또 다른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 사업의 경우 S25 판매에 전사 역량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S25는 최신 AP(어플리케이션 프로레서)를 탑재해 향상된 NPU(신경망처리장치) 성능을 확보했다. 이러한 성능 향상을 바탕으로 갤럭시 AI 기능은 전작 보다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올 상반기 S25 시리즈를 중심으로 판매 확대를 추진한다면 하반기는 폴더블 신제품으로 고객 확보에 주력한다.
삼성전자는 "AI 통합 운영체제와 멀티모달 AI를 탑재한 역대 최고 성능의 S25 출시로 플래그십 성장을 이어가고 폴더블은 하반기 신제품 폼팩터 디자인, 내구성, 라인업 다변화로 고객 기반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플래그십 매출을 두 자릿수대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A시리즈도 디플레이, 배터리 등 소비자가 원하는 사양 중심의 경쟁력 강화와 플래그십에 준하는 고투마켓(기업이 자원, 조직 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시장에 침투하는 것) 전략을 취하겠다. 무리한 가격 경쟁 보다는 제품 경쟁력 등 당사 강점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재설계,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 확대로 요약되는 올해 사업 전략으로 삼성전자가 지난해 영업이익을 넘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다.
증권가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5조3798억원으로 지난해 32조7000억원을 소폭 웃돈다. 대신증권은 "상반기까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나, 하반기 범용 메모리 가격 회복, 고용량 메모리 중심의 판매 확대, HBM 양산 개시, 파운드리 적자 축소로 2024년 대비 실적 개선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