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설·추석 이후 10번 중 6번 강세
딥시크 쇼크 등 대외요인 단기 변수 지목
밸류에이션 매력 부각…수급 개선 등 기대
설 연휴 이후 첫 개장일 코스피가 출렁인 가운데 변동장세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최근 명절 직후 증시 흐름을 살펴보면 대체로 상승상이 전개됐으나 올해는 딥시크(DeepSeek) 쇼크 등 대외 변수가 단기 하방 압력을 높일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5년(2020~2024년) 동안 설·추석 연휴 직후 5거래일 간 코스피지수 흐름은 10번 중 6번이 상승했다. 6번의 상승기 평균 등락률은 1.96%였고 4번의 하락기 평균 등락률은 -2.20%였다.
코스피는 명절 연휴 기간 발생한 대내외 이벤트를 지수에 반영하는 경향을 보였다. 개별 사례로 보면 2022년 설 연휴 이후 5거래일(2월3~9일) 상승률이 3.96%로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는데, 당시 연휴 동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우려가 완화된 점 등이 반영됐다.
반대로 가장 하락률이 높았던 때는 2020년 설 연휴 이후 5거래일(1월28일~2월3일)로 5.67% 급락했다. 당시 연휴 기간 동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확산한 데 따른 공포심리가 영향을 미쳤다.
올해 설 연휴 이후 증시는 일단 하락으로 출발했다. 지난달 3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9.43포인트(0.77%) 내린 2517.37로 마감했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9620억원, 2859억원 순매수 했으나 외국인이 1조1679억원 순매도 하며 하락을 주도했다.
설 연휴 기간 중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개최와 딥시크 쇼크가 발생한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우려가 커진 점 등도 지수 하락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달 27일(이하 현지시간) 엔비디아 주가가 전일 대비 16.97%(142.62→118.42 달러) 하락하는 등 글로벌 증시가 요동친 딥시크 쇼크가 발생했다. 앞서 딥시크가 20일 공개한 AI 모델 ‘R1’ 과 R1 기반 챗봇 앱을 두고 AI 인프라 투자의 비용 효율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오면서다.
연준은 같은 달 28~29일(이하 현지시간) 열린 1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4.25~4.5%로 동결했다. 정책결정문에서는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이 다소 상승했고 경제 전망이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연준이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입장을 보이며 시장에선 당분간 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31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월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중국에 대한 10% 관세를 부과하겠단 입장을 재확인하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웠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설 연휴 동안 글로벌 증시를 강타한 딥시크 쇼크와 챗(Chat)GPT 등 미국 선도업체들의 인공지능(AI) 모델 대비 저비용-고효율 모델 출시로 고성능 반도체와 대규모 데이터 센터, 전력설비 투자 모멘텀의 둔화 우려가 반영되며 반도체·전력기기 등 관련 업종들의 주가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증권가는 설 연휴 기간 동안 발생한 이벤트가 당분간은 국내증시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딥시크 쇼크 등의 파급력이 유효할 경우 단기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나 반론들이 제기될 경우 지수가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코스피가 급락한 데 따른 가치평가(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되며 외국인의 수급 개선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외국인은 작년 8월부터 6개월 연속으로 코스피를 순매도 했는데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8년 6~11월 이후 약 17년 만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낮고, 미 연준의 통화정책이 당분간 현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연준의 영향력보다 트럼프 관세 발효의 강도와 미국 빅테크 기업 실적, 딥시크 평가 등의 이슈가 주식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 주식시장의 2차 하락이 나타날 때 코스피 12개월 후행(trailing) 주가순자산비율(PBR) 0.75배가 지지선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해당 수준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제외할 경우 코스피가 지켰던 마지노선”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