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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미션의 재해석…러닝타임 3시간 35분 '브루탈리스트'의 영화적 실험 [D:영화 뷰]


입력 2025.02.07 14:34 수정 2025.02.07 15:17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12일 개봉

브래디 코베 감독의 '브루탈리스트'는 3시간 35분(215분)의 러닝타임과 함께 이례적인 15분의 인터미션을 포함하며 새로운 실험을 감행했다. 이는 단순한 휴식 시간이 아니라, 전통적인 극장 관람 방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요소다.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극장가가 위기를 맞이한 이후 영화계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돌파구를 마련해 왔다. 그 중 하나가 OTT와 차별화하기 위한 몰입감과 풍부한 시네마적 경험이다. 대표적으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플라워 킬링 문'(206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아바타2'(180분)이다.


이 작품들은 영화 산업이 위기에 놓인 현재, 다양한 이야기와 관점을 제공,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꽉 채운 거장들의 집요함으로 사회적 메시지와 예술적 감각으로 영화의 존재 이유를 증명했다. 그러나 짧은 영상에 일부 익숙한 관객들은 긴 러닝타임에 부담을 느끼기도 했다.


'브루탈리스트'는 긴 러닝타임 아래 인터미션을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활용했다.


브래디 코베 감독은 처음부터 인터미션을 염두에 두고 각본을 영화를 집필했다. '브루탈리스트'는 전쟁의 상처와 흔적에서 영감을 받아 혁신적인 디자인을 창조해 낸 천재 건축가 라즐로 토스(애드리언 브로디 분)의 이야기로, 한 남자의 30년에 걸친 서사시다. 브래디 코베 감독은 인터미션을 자연스럽게 두 개의 독립된 장(章)으로 나누는 방식을 택했다.


전반부는 주인공 라즐로가 미국에 정착하는 과정을 다루며, 후반부는 그의 아내 ‘에르제벳’(펠리시티 존스)이 합류한 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브래디 코베 감독은 "이것은 하나의 흐름을 유지하는 인터미션이다. 영화가 여러 해와 수십 년에 걸쳐 펼쳐지는 긴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건너온 건축가 라즐로의 일대기와 건축물을 완성하는 과정의 기나긴 여정을 잇는 역할로 관객들에게 여유를 전한다"고 밝혔다.


또한 극장에서 영화가 멈추고 조명이 켜지는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라, 인터미션 장면 자체를 영화에 포함시켜 작품과 극장의 일관성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극의 흐름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했다.


'브루탈리스트'의 이러한 실험은 그저 긴 러닝타임을 채우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오히려 이야기에 맞춘 구조적 설계로, 한 인물의 삶을 더욱 유기적으로 풀어낼 수 있도록 한 셈이다.


브래디 코베 감독의 선택은 극장의 미래에 대한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하는 사례가 될 수도 있다. OTT 플랫폼이 점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대에, 극장은 여전히 특별한 공간으로 남아야 한다. '브루탈리스트'는 이야기 전달을 넘어, 극장에서만 가능한 몰입과 체험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모색하며 영화가 가진 근본적인 경험의 본질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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