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명, 공병호 주장 여당 부정선거 피해자
3500개, 선관위 설치 사전투표소 총수
0.6%P 차, 윤석열 승 대선 방송3사 출구조사
100석, 4.10 총선 국힘 여연 최종 예측 의석수
부정선거론 바이러스에 감염된 보수우파들이 의외로 많다.
학력도 직업도 관계없다. 윤석열을 적극적으로 옹호한다는 공통점만 있다. 지지 정파가 선거에 지고 지지 정부가 반대 정파의 의회 독재에 끌려다니는 게 부정선거 탓이 절대적이라고 믿는다.
대통령에 당선된(이건 부정선거 아니었나?) 윤석열이 마침내 이 교(敎) 광신도들 공동 교주로 나섰다. 나라와 자기 자신, 보수를 망친 대실수에 대한 합리화, 변명거리를 찾다가 부정선거까지 들고 말았다.
지난달 체포 영장 집행 후 공개된 자필 ‘국민께 드리는 글’에서 그것에 원고의 상당량을 할애했다. 그가 열거한 정황 증거, 즉 해킹 무방비-가짜 투표지 발견-전산 시스템 기준 미달 등은 이미 국정감사와 대법원 최종심에서 모두 인정이 안 되거나 조직적 부정이 아닌 부분적 부실로 결론이 난 의혹들이다.
그는 이렇게 단정을 지으면서 이것을 계엄 선포 조건으로도 갖다 붙였다.
윤석열은 이 ‘부정’이 벌어지고 있을 때 대통령이었다. 그런데 왜 그것을 방치했나? 대신 이 음모론 교에 흠뻑 취해 신도들을 늘려가던 극우 유튜버들 애청자가 돼 계엄을 일으키고, 부정선거로 국가가 엄청난 위기에 빠져 있다는 망상을 붙잡고 있는 것인가?
그러나 그는 그 논리에 사실 자신이 없다. 이후 목소리가 작아지고 “의혹을 해소하자는 취지였다”라는 식으로 태도를 바꾸고 있다.
그에게 영향을 준 부정선거 음모론 원조 주창자 황교안, 공병호, 민경욱 등과 그들 주장을 중계방송해 온 보수 유튜버들도 김대호, 조갑제, 정규재, 이병태 등 반대론자들의 공개 토론 제안에 흔쾌히 응한 적이 한 번도 없다. 토론이 아니라 수사 대상이라면서. 이미 고소된 여러 부정선거 주장 건들이 전부 패소했다.
줄곧 이 음모론에 맞서 왔던 이준석 또한 최근 윤석열 옹호와 부정선거론 설파에 열 올리고 있는 ‘일타강사’ 전한길과 황교안에 끝장 토론을 제안했다. 두 사람은 아직 대답이 없다.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과 전쟁을 선포한다고도 했다.
윤석열은 4.10 총선 때까지만 해도 부정선거를 믿지 않았다. 서울시장 보선-대선-총선에서 언제나 사전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계엄 생각을 하면서 그 교를 함께 믿게 된 것이다.
부정선거 신자들에게 묻는다. 왜 이긴 선거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가? 지난 대선과 지선만 조작이 없었다는 것인가? 이 질문과 다음 4가지 숫자들에 대해서도 설득력 있는 논리와 사실로 설명할 수 있어야 그들 주장을 믿어 줄 수 있다.
첫 번째는 53명이다. 공병호가 송파 병에서 연속 낙선한 부정선거 반대론자 김근식을 “두 번이나 물먹고도 왜 가만히 있나?”라고 조롱하며 언급한 ‘피해자’ 숫자다. 4.10 총선에서 부정선거로 억울하게 낙선한 여당 후보자들이란 것이다.
김근식은 “53명 중 누구도 그의 TV를 보고 부정선거를 믿는 사람이 없고 소송한 사람도 없다. 소송해서 이기면 금배지를 차게 되는데 왜 안 하겠는가?”라고 거꾸로 의문을 제기한다. 공병호의 사전 투표 조작설도 어처구니없는 얘기라고 논박한다.
두 번째는 3500개다. 선관위 설치 사전투표소 총수다. 사전 투표 조작이 일어나려면 이 투표소 관리자 최소 3500명이 입을 맞춰야 한다. 이게 가능한가? 그리고 우리나라는 전자 개표가 아니고 수개표 후 전자 집계 방식이다. 수많은 개표자와 참관인들이 지켜보고 있다.
사전 투표 의심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참가율이 월등히 높아서 생긴다. 4.10 총선 1주일 전 데일리안 조사에서 정권 심판론자(친야)들은 20% 포인트 많은 사전 투표, 거야 폭주 심판론자(친여)들은 30% 포인트 많은 당일 투표 의향을 보였다. 이래서 개표 결과가 새벽에 뒤집히곤 한 것이다. 음모론자들은 가짜 투표지를 몽땅 집어넣어서 역전시킨 것이라고 믿는다.
세 번째는 0.6%P다.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이 이긴 표 차 0.73%P와 거의 같은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다. 이래도 부정선거인가? 국회의원 선거에서 종종 출구조사가 틀리는 건 1표 차이로 당락이 바뀌는 소선거구제 탓이 크다.
마지막 네 번째는 100석이다. 4.10 총선 직전 국힘 여의도연구원 원장이었던 홍영림이 자체 조사를 근거로 대패를 예측, 여당이 이전보다 더 나쁜 성적을 거둘 것 같다고 대표 한동훈에게 보고했다.
실제 결과(105석)보다 오히려 더 낮다. 부정선거가 여당이 불쌍하다고 5석을 더 늘려 주었나? 이 참담한 패배를 부른 것은 바로 대통령 심판론(여론조사 결과 70~90%가 尹 책임)이었다.
그러나 그와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부정선거 때문에 져 국회가 이 모양이 됨으로써 나라가 망하게 생겼다며 저 모든 숫자를 외면한다. 그래서 ‘계몽령’을 선포한 것이라고 우긴다. 한숨이 나온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