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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현재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에 필요한 이유 [D:영화 뷰]


입력 2025.02.09 11:00 수정 2025.02.09 11:00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21일 개봉

1993년 연재를 시작해 한국형 오컬트 판타지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은 이우혁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 '퇴마록'이 특별한 능력을 가진 퇴마사들이 절대 악(惡)에 맞서는 대서사의 시작을 담은 오컬트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했다.


그동안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은 오랫동안 '뽀로로', '타요', '신비아파트' 등 특정 연령층을 겨냥한 가족·아동 애니메이션이 주류를 이루었다. 지난해 '사랑의 하츄핑'이 1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이 흐름을 이어갔으나 청소년 및 성인을 위한 본격적인 장르 애니메이션은 상대적으로 시도가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 개봉하더라도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둔 작품도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 애니메이션 강국인 일본은 '주술회전', '도쿄구울', '체인소맨' 같은 오컬트, 초자연적 요소가 결합된 배틀물을 통해 청소년 및 성인 팬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강한 흡인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에 '퇴마록'은 한국 애니메이션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뛰어넘어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대중성을 확보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퇴마록'은 '레드슈즈', '런닝맨' 등을 제작한 대한민국 대표 애니메이션 제작사 로커스가 제작, 김동철 감독이 연출을 맡아 3D 카툰 렌더링 기술(3D Cel Shading)로 사실적인 작화를 선보였다. 3D 그래픽을 사용하지만 2D 애니메이션 느낌이 나도록 처리하는 방식으로 최근 글로벌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기법이다. 대표적인 예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아케인', '소니픽처스'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같은 작품들이 이러한 기법을 활용해 독특한 비주얼과 몰입감 높은 액션을 선보였다.


'퇴마록' 역시 빠르고 박진감 넘치는 화려한 주술 액션을 구현하여 한국 애니메이션에서 보기 어려웠던 스타일리시한 액션물을 완성했다.


'퇴마록'의 또 다른 강점은 방대한 세계관이다. 원작 소설이 국내편, 세계편, 혼세편, 말세편으로 나뉘어 있으며, 이 과정에서 신화, 전설, 종교적 요소가 조화롭게 엮이며 독창적인 판타지 세계를 구축한다. IP 확장성이 뛰어난 원작은 애니메이션이 한 편에서 끝나지 않고, 추가적인 시리즈, 후속작, 스핀오프로 이어갈 수 있는 무기다.


원작의 이우혁 작가가 이번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며 스토리 전반, 캐릭터 설정, 세계관 정립까지 관여하고 있는 만큼, 원작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이 한껏 발휘됐다. 원작을 접하지 않은 관객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한 편의 게임 같은 액션 장면들이 젊은 세대들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퇴마록'이 극장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공을 거둔다면, 이는 이후 한국 애니메이션이 단순한 아동용 콘텐츠를 넘어서 청소년 및 성인 관객층을 겨냥한 애니메이션으로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더 이상 특정 연령층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퇴마록'은 중요한 실험이자 도전이 될 것이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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