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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왜②] 노소영 '1조 재산분할'의 민낯…이토록 은밀한, 그들의 대물림


입력 2025.02.18 10:28 수정 2025.02.20 18:38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최태원·노소영, 1조3천억 사상 최고의 재산분할액 선고 뒷말

33년간 숨긴 김옥숙 '노태우 300억' 비자금 메모, 딸 판결 뒤집다

'법 기술자'들이 퍼즐처럼 맞물린 노태우 일가의 재산찾기 소동

'노태우의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을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 등과 함께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해 최고 권좌에 오른 뒤 재계를 동원해 막대한 부를 쌓았다. 노태우의 딸이란 말은 노소영의 인맥이 그의 아버지 노 전 대통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웅변한다. 물론 '싫다'고 아버지를 바꿀 순 없다. 하지만 노태우 일가의 불법 비자금이 1조3808억원이 불어나 노 관장의 돈이 된다면 이는 생각해 볼 문제다. 우리 국민 누가 이런 식의 재테크와 부의 대물림을 수긍할 수 있을까.


'노태우 비자금 300억'의 대물림ⓒ데일리안 박진희 그래픽 디자이너

<뉴스분석 왜 기획 순서〉

① 노소영 '1조 재산분할'의 민낯…법원에서도 '아빠 찬스'가 통하더라?

② 노소영 '1조 재산분할'의 민낯…이토록 은밀한, 그들의 대물림


1조3808억원. 사상 최고의 재산분할액 선고가 나온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항소심 최대 쟁점은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의 실체였다.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노 관장 측은 1심에서 제출하지 않았던 300억원의 약속 어음 6장(장당 50억원)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는 1997년 대법원이 확정한 노 전 대통령 불법 비자금 추징액 2628억원(2013년 완납)에 포함되지 않고 노태우 일가가 33년간 꼭꼭 숨겨 왔던 비자금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이용해 기업들로부터 천문학적인 돈을 거둬들였다. 퇴임 후를 위한 비자금을 축적했고 노 전 대통령은 무기징역과 2628억9600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추징금으로 선고받았다.


적어도 항소심 재판 전까진 국민들은 추징금이 노태우 비자금의 전부였는지 알았다. 그동안 공권력이 얼마나 책임을 회피해왔는지 짐작할 만하다. 재판부마저 "일찍 알려졌더라면 국가의 (추징금) 추심 소송 대상이 될 수도 있었다"고 판단할 만큼 이례적이었다.


그러나 재판부의 립서비스는 거기까지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돈의 성격이나 출처 등을 명확히 밝히진 않은 채 약속 어음의 존재를 인정했다. 동시에 이 돈이 불법원인급여(불법한 원인에 의해 행해진 급부)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노 전 대통령이 반사회 범죄로 얻은 이익을 노 관장이 찾아가는 것을 용인하는 결과라는 주장을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을, 위자료로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장 법조계에서는 노 관장 측이 처음부터 '노태우 비자금' 공개 타이밍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놓고 그림에 끼워 넣을 재판부를 찾은 거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애초 이 사건은 서울고법 가사3-1부 조영철 전 부장판사가 맡았는데, 노 관장이 항소심 초기인 2023년 1월 조영철 전 부장판사의 매제가 공동 대표인 법무법인 클라스 대표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추가 선임하면서 재판부가 김시철 부장판사가 이끄는 가사2부로 변경됐다.


가사소송은 일반 민사소송보다 판결 내용에 재판장의 재량이 폭넓게 작용하는 분야로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노 관장과 관련된 모든 소송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이상원 변호사의 숨겨진 가족관계도 드러났다. 11년 판사 경력의 이 변호사는 이 변호사는 '노태우 정권의 실세', '6공(공화국)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 전 장관의 사위다. 박 전 장관은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의 고종사촌 동생이다.


박 전 장관은 김시철 판사의 아버지인 김동환 변호사와는 경북고, 서울대 선후배로 알려져 있다. 박 전 장관의 딸이자, 이 변호사의 아내인 박지영 씨는 노 관장과 재계 안주인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봉사 단체인 미래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이 변호사는 노 관장의 이혼 소송 외에도 미래회 전 회장 김흥남 씨가 과거 최태원 회장과 김희영 이사장에 대한 악성 댓글을 유포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 당시 김 씨 측의 변호를 맡기도 했으며 이 변호사 본인 역시 최 회장에 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이로써 노 관장과 사적 인연으로 끈끈하게 짜인 세기의 이혼 재판은 '6공 사람들', '가족', '법 기술'이라는 세개의 키워드로 정리된다.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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