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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는 제멋대로 하면서 밖에서는 모범생인 우리 아이. 무엇이 문제일까요? [이정민의 ‘내 마음의 건강검진’㉙]


입력 2025.02.18 14:01 수정 2025.02.18 14:01        데스크 (desk@dailian.co.kr)

모든 양육자들은 우리 아이가 학교 등의 사회생활을 잘 해내길 바란다.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과 사이 좋게 지내기를 바라며 여러 가지를 지도하는 것이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모두의 칭찬을 받으며 잘 지내면서도 집에서만 유독 제멋대로 구는 아이들이 있다. 집에서는 짜증도 말대꾸도 많이 하면서, 학교에서는 누구보다도 모범생의 생활을 하는 우리 아이. 밖에서는 잘 지낸다니 다행이기는 하지만 도대체 왜 그럴까? 훈육방식을 바꿔야 하는 것일까? 사례를 통해 그 답을 찾아보자.


ⓒwww.canva.com

(아래는 가상의 사례입니다)


집에서는 제멋대로 하면서 밖에서는 모범생인 우리 아이. 무엇이 문제일까요?


초등학교 1학년인 A의 어머니는 요즘 훈육 방식에 대한 고민이 있다. 말을 너무 안 듣는 점 때문이다. 밥 좀 빨리 먹자고, 알림장 좀 챙기자고 이야기를 해도 듣는 둥 마는 둥이고, 결국 큰 소리를 내야만 입을 내민 채로 말을 듣는다. 어떨 때는 말꼬리를 잡으며 대들기도 한다. 다른 엄마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맘 때는 아직 말을 잘 듣는 아이들이 많던데, 우리 아이는 왜 이럴지 걱정이 된다.


그런데, 학교에서의 아이는 180도 다른 모습이라고 한다. 이런 아이의 모습에 걱정이 되어서 담임 선생님과 면담을 했었는데, 오히려 담임 선생님이 깜짝 놀라며 “A가 집에서는 그렇게 행동하나요?”라고 되물으셨다. 학교에서는 너무나 모범생이라서 지적할 일이 전혀 없고, 오히려 칭찬을 많이 받는 편이라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다행이기는 한데, 집에서는 왜 그렇게 구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훈육 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고민이 깊어진다.


A씨의 마음상태 및 성향, 대처 역량 등을 확인하고자 종합심리검사를 실시하였고 부모 양육태도 검사도 함께 진행되었다. 그 결과를 간단하게 정리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검사결과: 사회적 대처역량 좋지만 대인관계 상의 긴장도도 높은 아이/ 칭찬도 간섭도 지나친 엄마


검사결과, A는 지능 전반이 ‘우수’ 수준으로 평가되어 매우 양호하다. 그리고 검사 전반을 고려했을 때 사회적 대처역량이 특히 뛰어난 것으로 나타난다. 주변을 잘 살피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A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나 표정, 주변을 살피는 예민도도 높은 편인 것으로 시사된다. 이에 담임 선생님이 말하기 전에 먼저 센스 있는 행동을 보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며, 친구들을 두루 챙길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와 동시에, A는 이러한 대인관계 장면에서 마음을 편안하게 놓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매사를 두루두루 챙기려니 긴장을 풀기 어려운 것이다. 물론 이렇게 주변을 살피고 챙기면서 주변의 칭찬과 애정을 받았을 때 큰 만족을 얻기도 했을 것으로 보이나, 한편으로 이를 위해 노력하는 정도 또한 크다 보니 쉬이 소진감을 느꼈을 수 있겠다. 그리고 이런 긴장이 집에서는 풀리다보니, 집에서는 좀더 느긋해지고 어리광처럼 짜증도 냈을 소지가 엿보인다.


더불어 어머니는 외동인 A에게 많은 애정과 칭찬을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나며, 사소한 점까지 모두 간섭하고 지도하려는 경향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사랑하는 마음에 적극적인 양육태도를 고수하게 되었지만, 때로는 이러한 칭찬과 간섭이 다소 과한 것이다. 과한 관심과 간섭은 A를 다소 피로하게 했을 수 있겠다.


검사자 제안1 : 아이도 ‘사회생활’을 하고 오면 피곤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주세요


생각보다 많은 부모님이 간과하는 사실이 있는데, 자녀들은 어린이집을 가는 시점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아무리 신나게 놀다가 오는 것이 하루 일과일지라도 아이들은 나름대로 다른 친구들과 상호작용하고 선생님의 지시를 따르는 데 에너지를 쓰다 오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 민감도가 높고 애정 및 인정욕구가 높은 아이일수록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온다. 때문에 A도 학교에서 별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왔더라도 다소간의 소진감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퇴근하고 오면 아무 것도 하기 싫고 때로는 어리광 부리고 싶듯이, A 또한 그럴 것이다. 때문에 우선은 A가 경험할 수 밖에 없는 피로감을 알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가 하교하고 나면 “수고했어”, “고생했어” 말해주며 안아주고, 충분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늘어질 수 있을만한 시간을 갖게끔 해주는 것이 도움 될 수 있는 것이다.


검사자 제안2: 아이가 알아서 하게끔 믿고 지켜봐주기. 훈육할 때는 단호하고 일관적으로.


물론 그렇다고 해서 훈육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도 생활규칙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훈육이 필요하다.


다만 검사 결과 전반을 고려했을 때, A는 어머니가 굳이 지적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다 알 것이다. 단지 지금은 다소 귀찮고 지쳤을 뿐이다. 때문에 매번은 아니더라도, 때로는 어머니가 지시하기 전에 아이를 믿고 지켜봐주는 날도 있으면 좋겠다. ‘왜 저렇게 있을까’ 하고 궁금증을 갖고 지켜봐주는 것도 좋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말을 안 듣는다면 훈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때 중요한 것은 단호한 말투로 짧게, 그리고 일관된 태도로 훈육하는 것이다. A의 어머니는 훈육할 때 말씀이 다소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태도는 A에게 명확한 지시내용을 전달하지 못하고, ‘잔소리한다’는 것에 대한 불쾌감만 줄 수 있다. 또한 A의 어머니는 때로 훈육을 하다가도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중간에 관두거나 타협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 또한 훈육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 ‘이것만은 지키게 해야한다(오늘의 숙제는 오늘 안에 마치고 자야한다 등)’는 몇 가지 기준을 잡고, 그 부분에 있어서는 타협 없이 훈육하는 자세도 필요할 것이다. 아이를 묵묵히 믿고 기다려주는 것. 그리고 단호하게 훈육하는 것. 실천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모든 부모에게 필요한 자세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정민 임상심리사 ljmin09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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