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뒷배 대놓을 수 없다"…배수진 친 도전
'정치·행정' 안 가리는 '초월적 경륜' 최장점
명태균·확장성 등 대권 도전 한계점도 거론
"국민통합 이뤄낼 선명한 메시지 제시해야"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최근 자신을 '준비된 대선 후보'라고 평가했다. 이런 홍 시장의 자신감은 5선에 달하는 국회의원 경력을 수놓은 2번의 당대표와 1번의 원내대표 정치 경험과 재선 경남도지사와 초선 대구광역시장을 거치면서 입증된 행정적 능력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거기다 3차례의 대선 경선 도전과 한 번의 실제 대선 완주 경험은 홍 시장이 괜히 "내일 당장 대선을 해도 준비가 돼 있다"는 자신감을 완성하는 요소로 평가된다.
이 같은 자신감으로 무장한 홍 시장의 시선은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는 조기대선 정국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홍 시장이 대권 도전을 성공으로 완성하기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은 적지 않다.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명태균씨 관련 의혹과 빈약한 당내 우군과 조직, 의문부호가 붙는 중도 확장성 등이 대표적이다. 홍 시장은 해당 논란에 정공법으로 대응하며 직접 파훼에 나섰지만, 당 안팎에선 조기 대선이 현실화되기 직전까지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결과를 제시할 수 있을지 여부가 그의 대권 행보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홍 시장은 24일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조기 대선이든 정상 대선이든 시장직에 있어야 여러 가지 면에서 효과적이다"고 제안한 글에 "대선이 만약 생기면 시장직을 사퇴한다. 내가 집권하면 TK(대구·경북) 현안은 모두 해결된다. 마지막 (대선) 도전에 뒷배를 대놓고 할 순 없다"며 대권 도전 의지를 내비쳤다.
앞서 지난 19일 SBS 방송에 출연해 "나라가 어떻게 하면 안정이 되고 또 한국이 어떻게 하면 국제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고 그것만 준비하고 사는 게 내 인생이다. 2017년 '탄핵 대선' 이후 나는 늘 대선후보였다. 내일 당장 대선을 해도 준비돼 있다"며 대권 도전 여부를 감추지 않은지 닷새 만에 재차 출마를 공식화한 것이다.
당내에선 이 같은 홍 시장의 자신감은 지극히 정상이란 의견이 나온다. 이른바 '모래시계 검사'로 유명세를 탄 홍 시장은 정계에 입문한 이래 송파을(초선)·동대문을(3선)을 지내며 수도권을 경험했고, 경남과 대구에서 정치·행정 경험을 쌓으며 보수 텃밭의 민심까지 사로잡은 통합의 리더십을 갖고 있다. 유력한 잠룡이 많은 여권 내에서도 홍 시장의 화려한 정치 경력은 흠잡을 구석이 없단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무너지다시피 한 자유한국당을 이끌고 대선에 출마한 지난 2017년 당시 홍 시장이 온몸을 바쳐 마련한 보수 재건의 기틀은 지금까지도 그가 사랑받는 정치인으로 남게 된 주 요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홍 시장의 정치적 경륜이나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여권 내에서도 능구렁이 같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맞상대하기에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존 보수 진영을 분열시키지 않으며 정통 보수의 본류에 속해 왔단 점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가결 이후 다른 대권 경쟁자들이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것과 달리 탄핵안에 반대하며 차별화를 꾀한 홍 시장의 메시지는 그를 '보수의 아이콘'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단 평가가 나온다.
특히 세대를 아우르는 소통 능력은 예나 지금이나 홍 시장을 매력적인 정치인으로 불리게 하는 요소다. 지난 2017년 대선 패배 후 미국으로 떠났다가 2018년 정계에 복귀한 직후 개설한 유튜브 채널 '홍카콜라'에서 보인 홍 시장만의 직설적인 화법과 소통이 대표적이다.
또 20대 대선을 앞두고 개설한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꿈' 역시 홍 시장의 소통력을 감지할 수 있게 하는 요소다. 거침없는 표현들을 담아 정치권의 호응을 이끌어낸 홍 시장 만의 페이스북 메시지들은 '정치가 왜 이래?'라는 책으로 발간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홍 시장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게 메시지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그의 감각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다"며 "어젠다나 이슈 선점이 중요한 대선과 같은 큰 선거에서 홍 시장이 꺼내는 메시지는 효과를 발휘하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 시장 앞에 꽃길만 있는 건 아니다. 공천개입 의혹으로 정치권을 뒤흔들었던 명태균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일각의 평가와 여전히 의문부호가 따라붙는 정치적 확장성이 대표적인 걸림돌로 여겨지고 있다. 아울러 최근 거세게 치고 올라오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정치색과 지지층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김 장관을 앞설 만한 설득력의 존재 유무도 넘어야 할 산 중 하나로 평가 받고 있다.
이 가운데 명태균 리스크에 대해 홍 시장은 단호하게 "관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홍 시장은 지난 21일 명태균 의혹과 관련해 "선거철이 다가올 것 같으니 온갖 쓰레기들이 준동한다"며 "언제나처럼 당당하게 앞만 보고 내 길을 간다"고 적으며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실제 대선 정국으로 돌입하면 명 씨가 홍 시장을 고소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향후 어떤 의혹들이 더 발견될지와 이에 홍 시장이 어떻게 대응할지 여부는 대권 가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부족한 당내 우군과 조직력도 홍 시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 2020년 대선 경선에서도 민심에선 윤 대통령에게 이겼지만, 당심에서 밀려 본선 후보 자리를 내줘야 했던 쓰라린 경험이 있는 만큼 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본선 진출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단 지적이다.
이는 최근 김문수 장관이 강성 보수층 사이에서 급부상하면서 상대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입지를 다 잡아야 하는 홍 시장의 또 다른 걸림돌과도 궤를 같이 하는 약점이다. 홍 시장과 김 장관의 정치적 색채가 겹치는 만큼, 벌어진 지지율 격차를 메우는 방법 역시 우군과 조직력 확보에 달려있단 분석이 나온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18일 100% 무선 ARS 방식으로 국민의힘 지지자와 무당층 555명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이 탄핵될 경우 범여권 대선 후보 가운데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를 물어본 결과, 김 장관을 꼽은 이는 37.0%였고, 홍 시장을 꼽은 응답자는 9.9%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번 대선은 양극단으로 갈라져서 표를 결집한 상태에서 중간표를 얼마나 끌어오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이는데 홍 시장은 김 장관으로 인해 정통 보수층의 지지를 다지는 것이 어려워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당 안의 기반을 확실히 닦고 어떻게 국민들을 통합할 것인지에 대한 선명한 메시지를 내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