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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묶고 금리 내리고…정책 엇박자에 집값 ‘불안불안’ [기자수첩-부동산]


입력 2025.03.05 07:00 수정 2025.03.05 07:00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한은, 2년 4개월 만에 연 2%대 기준금리 결정

토허제 해제 맞물려 집값 상승 부추길 수 있어

규제 완화 속 대출 관리는 깐깐…시장만 혼란

정부와 금융당국이 갈 지(之)자 정책을 추진하는 탓에 부동산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데일리안DB

정부와 금융당국이 갈 지(之)자 정책을 추진하는 탓에 부동산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가계대출 관리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부동산 경기 회복까지 챙기려다 보니 금융·부동산 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 주요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풀리면서 매수심리가 꿈틀거리는 가운데 금리 인하까지 맞물리면서 집값 불안이 재연될 수 있단 우려가 팽배하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연 2.75%로 결정했다. 지난 2020년 10월 이후 2년 4개월 만에 기준금리가 연 2%대로 내려왔다.


길어지는 부동산경기 침체와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탄핵 정국 돌입 등 시장 불확실성은 여느 때보다 커진 상태다.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진 만큼 그동안 시장에선 금리 인하를 통한 매수심리 회복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왔었다.


기다리던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됐으나 긍정적인 평가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서울시가 일명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으로 불리는 강남권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하면서 일대 집값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는 상태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85㎡는 최근 31억원에 매매계약을 맺었다. 올 초 26억원 수준에 거래된 것을 고려하면 5억원가량 웃돈이 붙은 것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 전용 77㎡는 지난달 28억원에 매매됐으나 현재는 호가가 크게 뛰어 30억~32억원 수준에 매물이 나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자칫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오는 7월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규제가 시행돼 그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움직임이 거세질 수 있어서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시중은행 가산금리까지 떨어지면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가계부채 관리가 무색하게 가계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시장이 들썩일 조짐을 보이자 정부와 금융당국은 또 다시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모양새다. 올해 금융당국은 시중은행 가계대출 증가율을 1~2%로 묶고 앞으로 1억원 미만이나 중도금·이주비 대출을 실행할 때도 소득심사도 까다롭게 한단 방침이다.


이미 시장에선 대출을 빨리 받으면 받을수록 유리하단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금리는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강남 집값은 튀어오르니 매수 대기자들은 초조할 수밖에 없다.


침체한 부동산 경기도 살려야 하고 서민 금융 부담도 낮춰야 하고, 그러면서 가계부채까지 잘 관리해야 하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욕심은 이해한다. 하지만 이 모든 문제를 ‘한큐’에 해결하는 건 불가능하다.


부동산 규제를 풀고 금리는 내리면서 가계대출 총량은 깐깐하게 관리하겠다는 엇박자 정책은 시장 불안만 부추길 뿐이다.


우선순위를 따져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데도 속도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 눈앞에 놓인 두 마리, 세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모두 놓치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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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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