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투자 전쟁 : 글로벌 경제 새로운 게임 체인저
기술 패권 향한 미·중 투자 정책을 통해 본 미래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이후 한 달이 지나면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가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2월 24일 미국의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인 애플은 향후 4년간 5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내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공장 신설과 인공지능(AI) 서버 생산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기업 차원의 투자 결정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과 맞물려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미국을 방문한 통상 아웃리치 사절단과의 면담에서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장려하기 위한 패스트트랙(fast-track) 절차를 도입할 것을 언급하며 해외 자본 유치를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투자 촉진 기조의 중심에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2월 21일 발표한 '미국 우선 투자 정책(America First Investment Policy)'이 자리하고 있다. 이 정책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심 경제 전략으로 국가 경제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투자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외국인 투자를 전략적으로 조정하여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을 가속화하는 한편 특정 국가의 전략 산업 투자에 대한 엄격한 제한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패스트트랙 절차를 통해 동맹국 및 우방국의 투자를 우선적으로 승인하는 한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권한을 확대하여 중국을 비롯한 외국 경쟁국이 미국의 핵심 기술 및 전략 산업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AI, 반도체, 첨단 제조업, 바이오기술, 양자컴퓨팅, 국방 및 항공우주 등 국가 안보와 직결된 분야에서 중국의 투자를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포함한 다양한 법적 도구를 활용하여 미국 기업의 대중국 투자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 내 자본이 중국의 군사·산업 발전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정책 변화에 대한 중국의 대응도 주목할 만하다. 2월 17일 중국 국무원과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2025년 외국인 투자 안정화 행동 계획(稳外资行动方案)'을 발표하며, 외국인 투자 유치 전략을 한층 강화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이 정책은 중국 내 외국인 투자 환경을 최적화하고, 기존 투자자의 신뢰를 유지하며,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규제 투명성을 높이고 시장 접근 장벽을 완화하며, 외국 기업의 운영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외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보다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세금 및 금융 혜택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유인책을 마련하는 한편 첨단 기술 및 혁신 분야에서 해외 자본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가 발전 전략과 연계해 AI, 반도체, 신에너지, 스마트 제조 등 핵심 산업에서 외국인 투자를 확대하고,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지원 정책을 통해 균형 잡힌 외국인 투자 성장을 도모하고자 한다. 이는 미국의 투자 제한 및 대중국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응하여 외국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자본의 적극적인 유입을 촉진하려는 전략적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미국과 중국의 투자 정책 변화는 글로벌 경제 질서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미국 우선 투자 정책(America First Investment Policy)'으로 중국의 기술 및 전략 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차단하는 것은 단순한 경제 정책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 기술 패권 경쟁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되는 전략적 조치이다.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면서, 투자 정책 역시 기술 패권 경쟁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기업과 투자자들은 특정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전략적 투자 다변화가 필수적이고 이러한 국제질서 변화의 흐름 속에서 기업들은 이에 맞춰 유연한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글/ 이주형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