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회·민추협 공동 주최 분권형 개헌 토론회
오세훈 "여야 초월한 국민개헌연합 만들자"
YS 분신 김덕룡·DJ 분신 권노갑도 李 압박
분권형, 독일식 내각제, 경성헌법 수정, 양원제 도입 등 다양한 의견
여야의 잠재적 대권주자들과 원로들은 6일 비상계엄 사태와 역대 대통령들의 비극적인 말로 등으로 명확한 한계를 드러낸 '87년 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개헌의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또 여야 잠룡들 중 거의 유일하게 개헌 논의를 회피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압박도 이어졌다. 특히 이날 공개적으로 제안된 '여야 초월 국민개헌연합' 구성에 속도가 붙을지도 주목된다.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와 대한민국헌정회는 이날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분권형 권력 구조 개헌 대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정대철 헌정회장과 권노갑·김덕룡 민추협 이사장, 김무성·정윤환 민추협 회장, 이석현 민추협 명예회장, 오세훈 서울시장, 민주당 소속의 이학영 국회부의장, 김진표 전 국회의장, 김부겸·이낙연 전 국무총리,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김두관 전 민주당 의원, 여상규 헌정회 사무총장, 이시종 헌정회 헌법개정위원회 위원 등이 집결했다.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대표는 개헌 추진에 대해 관심을 표하지 않고 있다"며 "(이 대표를) 압박하는 의미에서 여야를 초월해서 국민개헌연합을 만든다면 이번에 좋은 개헌의 기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국민개헌연합에 이르지 못한다면, 국민개헌협의체 같은 것을 만들어서 논의해 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또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혼란을 제도적으로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내각은 의회 해산 권리를, 의회는 내각불신임 권리를 갖도록 하는 조항들이 새로 만들어지는 개헌안에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지금의 정국 난맥상도 대통령 권한과 의회 권한이 정면 충돌해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견제와 균형을 어떻게 새롭게 만들 것이냐가 헌법 개정의 핵심"이라며 "대통령 다 됐다고 착각하는 이 대표를 여론으로 압박해야만 개헌이 성사될 것"이라고 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비상계엄 이후 정치 상황을 '내전'으로 규정하며 "혼란과 불행이 예상되는데도 개헌 없이 이대로 간다면 그건 불을 보고 달려드는 불나방 같은 짓"이라고 개탄했다.
민추협 회장을 맡고 있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現 국민의힘) 대표는 "권력은 개인이나 특정 세력을 위한 게 아니라 국민을 위한 도구여야 한다"며 "권력의 중심에서 (정치적 상황을) 직접 경험했던 헌정회와 87년 개헌 운동을 주도한 민추협이 잘못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위한 개헌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추협 인사들도 개헌 논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이 대표를 향해 입장 선회를 촉구했다. 민추협은 전두환 정권 시절이던 지난 1984년 5월 18일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가 민주화 운동의 대대적인 전개를 위해 함께 만든 정치 결사체로, 1987년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YS 분신'이라고 불린 김덕룡 민추협 이사장은 "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소추로 인해 나라가 혼란스럽지만, 개헌의 기회를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며 "개헌 내용 면에선 이번에는 너무 많은 욕심을 내지 말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분권형 구조로 바꾸는 것에 중점을 두자. 조금 더 보탠다면, 지방분권 강화를 추가할 수 있으면 좋지 않겠나"라고 했다.
또 "여야 (차기) 대선주자 대부분이 개헌을 약속했는데, 아직 명확한 입장 발표를 안 한 분은 이재명 대표"라며 "다수 국민이 원하고, 여야 (차기) 대선주자들이 원하는 개헌을 이 대표만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DJ 분신'이라고 불린 권노갑 민추협 이사장은 "여야 막론, 진보·보수 할 것 없이 온통 힘을 합해서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 민주당이 이런 일에 주저하고 머뭇거리고 있는 게 민주당 원로로서 너무나도 안타깝고 분하다"며 이 대표를 겨냥했다.
이날 토론회 주제 발표를 맡은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헌법을 고치려면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고, 국민투표에서 과반 투표와 과반 득표를 해야 한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헌법이 가장 고치기 어렵다"며 "경성헌법 구조를 고쳐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의장은 이번에는 권력 구조 개편에 중점을 두고 최소한의 개헌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헌법 개정보다 더 중요한 게 선거법과 정당법 개정"이라며 국민 의사를 제대로 반영시킬 수 있는 '중대선거구제'와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오픈프라이머리'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제왕적이라는 형용사를 떼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더 중요한 것은 정치적 안정"이라며 "독일식 내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독일은 다당제 연립정권을 통해서 정치적 안정을 유지해 왔다"며 "다당제를 통한 연립정부가 제도화되면 양당 간의 극한 투쟁이 없어지고 조정과 통합을 통한 정치적 안정과 정책의 연속성이 보장된다"고 했다.
여상규 헌정회 사무총장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헌재에서) 인용됐을 경우엔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대선 전 개헌을 하려면 4년 중임 대통령제에 책임총리제를 가미하는 원포인트 개헌을 해야 한다"고 했다.
탄핵 기각 시엔 "대통령 지위를 다시 갖더라도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할 것이 뻔한 대통령이 한발 뒤로 물러서서 거국중립내각 총리를 임명해 개헌정국을 이끌도록 해야 한다"며 "또 개헌과 동시에 사임해 임기를 1년만 단축한다면 개헌 후 있게 될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를 정권 중간평가에 알맞는 격년제로 치룰 수 있다"고 했다.
헌정회 헌법개정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는 이시종 전 충북지사는 "주요 7개국(G7)은 모두 양원제이고, 주요 20개국(G20) 중에선 한국과 터키를 제외하고 모두 양원제"라며 "국내총생산(GDP) 15위 국가 중 한국만 제외하고 모두 양원제이고, 중국도 유사 상원은 '정협'이 있다"고 했다.
이 위원은 대통령 권한 분산을 위해 책임총리제를 실시한다고 하더라도 단원제가 유지된다면 국회 권력 비대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국회 내 자율 조정·통제 장치 역할 △대통령·국회 중재자 역할 △비수도권 목소리 국정 반영 어려움 해소 △지방분권 및 균형 발전 △남북 통일 사전 대비 등을 이유로 들며 양원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