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지난해 대구 시내서 정차 중인 버스기사 폭행…1심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
법조계 "특정범죄가중법 따라 버스 정차 중이라도 기사 폭행하면 가중 처벌 마땅"
"대중교통 운전자 폭행, 운전자 뿐 아닌 승객 및 다른 차량에도 위해 가할 위험성 커"
"폭행 정도 경미하다고 판단한 듯…추후 유사 사례 일어나지 않도록 엄히 처벌해야"
대구에서 좌석에 앉아 달라고 요구하는 시내버스 기사에게 술에 취해 욕설을 퍼붓고 폭행한 80대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선 대중교통 특성상 운전자에 대한 폭행은 운전자 뿐 아니라 다수의 승객과 다른 차량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고 가중처벌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의 연령대가 높고 폭행의 정도가 경미해 약한 처벌이 나온 것이지만 위험성을 고려하면 더 엄하게 처벌해 유사 사례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형사5단독 안경록 부장판사는 착석을 요구한 버스 기사를 폭행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등)로 기소된 A(87)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 대구 한 도로에 정차된 시내버스 내에서 운전기사가 자신에게 자리에 앉을 것을 요구하자 욕설하며 한차례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던 A씨는 도로를 달리던 버스 내부를 돌아다니며 운전기사의 착석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A씨는 폭력 범죄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몇 차례 있고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는 것으로 일관한다"면서도 "폭행의 정도 자체가 중하지 않고 고령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지난 2015년 개정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범죄가중법)은 택시 및 버스 등의 운행 중 운전자를 폭행·협박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운전자가 여객의 승차·하차 등을 위해 일시 정차한 경우를 포함한다. 실제로 2021년 대법원은 잠시 멈춘 버스에서 운전기사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해 "특가법 제5조의10 제1항은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위해 사용되는 자동차를 운행하는 중 운전자가 여객 승·하차를 위해 일시 정차한 경우도 운행 중에 포함한다고 규정한다"며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김도윤 변호사(법무법인 율샘)는 "현행법상 버스가 정차 중이라고 해도 기사를 폭행한다면 가중처벌 받는다. 특히 상대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며 "대중교통의 특성상 운전자에 대한 폭행 등의 행위는 운전자 뿐 아니라 다수의 승객과 다른 차량에 대해서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경우 폭행의 정도가 이러한 위험성에 이를 정도가 아니었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와 유사한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고 실제 그 위험성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이러한 범죄의 경우 조금 더 엄하게 처벌해 추후 유사사례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찬 변호사(더프렌즈 법률사무소)는 "버스기사에 대한 위협 폭행은 관련법 개정 이후 매우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다만 피고인의 연령대와 합의 및 상해 여부, 실제 건강 상태, 피해자의 선처 등에 따라 비교적 약한 처벌이 나올 수 있다"며 "해당 사건 피고인의 경우 특히 80대의 나이가 양형에 크게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80대 이상의 피고인은 연령대를 고려했을 때 수형 생활이 쉽지 않은 까닭에 중형이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다만 피고인의 연령대가 낮고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면 무조건 실형이 나왔을 사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