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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은 쇼"…이재명, '검찰·비명계 내통' 발언 후폭풍에 '모르쇠' 일관


입력 2025.03.10 07:00 수정 2025.03.10 08:20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李, '檢·비명계 발언 파장' 질문에 답변 회피

친명계 "과대 해석" "다른 뜻 아니었을 것"

與 "이재명, 정치 보복"…'대권 불가론' 주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야5당 대표 비상시국 공동 대응을 위한 원탁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통합 행보가 '보여주기식'이라는 의구심이 확산하고 있다. 2년 전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가 당내 일부와 검찰의 '내통' 결과라는 의혹을 제기한 뒤 후폭풍이 일고 있지만, 발언 당사자인 이재명 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비명계 찍어내기'가 이 대표의 진짜 속내라는 주장이 나온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표가 조기 대선 가능성을 대비해 당내 통합 행보에 나섰지만, 진정성에 거듭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23년 9월 체포안 가결 사태의 배경을 추측에 기반해 당내 비명계와 검찰의 유착 탓으로 주장한 뒤 비명(비이재명)계에서 성토와 사과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관련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5일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서 자신의 체포안 가결 사태와 관련, "당내 일부와 (검찰이) 다 짜고 한 짓"이라면서도 "짰다는 증거는 없고 추측"이라고 했다. 가결표를 던진 의원을 드러내려 한 데 대해서는 "민주당을 사적 욕망의 도구로 쓰고 상대 정당 또는 폭력적 집단과 암거래하는 집단들이 살아남아 있으면 당이 뭐가 되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 대표와 오찬 회동에 나섰던 박용진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지난 총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비명횡사'(비명계 의원들 무더기 낙천) 사태를 언급하며 "낙천과 배제의 고통을 겪으면서도 당을 떠나지 않고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작은 역할도 마다하지 않으려 하는 동지들과 그 지지자들의 상처를 덧내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또다시 나만 바보가 된 느낌"이라고 개탄했다.


비명계 모임인 '희망과 대안 포럼' 간사인 양기대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 대표는 또 증거도 없이 당내 반대 세력이 체포동의안 가결과정에서 '검찰과 거래했다'는 식으로 모략했다"며 "이 대표가 막말에 대해 본인이 직접 사과하는 것이 도리"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와 만남을 조율 중인 김두관 전 의원도 "협력하자고 다독인 것이 진심인가, 검찰과 짰다는 그 감정이 진심인가"라며 "매번 이런 식으로 이 대표가 입장을 갑자기 바꿔 놓고 '반발하는 놈은 '수박'이라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당내 분열만 낳을 뿐이다. 당내 세력의 통합을 위한 만남이어야지 보여주기식 만남이어서는 안 되니 이 대표의 사과와 답변을 먼저 듣고 뵙겠다"고 했다.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취소를 인용한 7일 국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재진의 질문을 들으며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이 대표는 명확한 입장을 내고 있지 않다. 그는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AI강국위원회 주관 토론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매불쇼 발언을 두고 파장이 있다'는 질문에 "자, 오늘은 인공지능 얘기만 합시다"라며 관련 논란에 말을 아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체포안 가결파로 추정되는 의원들의 총선 공천 탈락을 주도한 것을 자인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전직 비명계 한 의원은 통화에서 "체포안 가결 이후 이 대표가 자신에게 쓴소리를 하던 의원들, 가결표를 던진 것으로 의심되는 의원들을 향해 복수심을 갖고 있었다는 방증"이라며 "애초 이 대표에게 통합이라는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자신에게 방해가 되는 사람들, 즉 '죽이는 정치'를 통해 저 자리(당대표)까지 올라간 인물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해 2월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친명(친이재명)계와 지도부 인사들은 단수공천 했고, 하위 10~20% 평가를 받은 비명계 인사들은 경선하게 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총선 공천 논란에 대해 해명하는 자리에서 "동료 평가에서 0점을 받은 의원도 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에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CBS라디오에서 "인성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비명계~검찰 내통' 발언 논란을 두고 '이재명 대권 불가론'을 펼쳤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런 행태가 궁예의 관심법과 무엇이 다르냐. 정치인 이재명의 머릿속에는 망상이, 가슴속에는 복수심이 가득한 것"이라며 "같은 당의 국회의원도 망상 어린 복수심으로 숙청하고 정치보복하는 사람이 만에 하나 집권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느냐"고 우려했다.


이 대표 발언 논란의 진화는 당사자가 아닌 친명계가 대신했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YTN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말한 것은) 기존 방송이 아닌 유튜브라는 공간에서 자연스러운 대화에서 나왔던 것"이라며 "가볍게 했던 얘기인데 그것이 과하게 해석되고 평가되는 것 같아서 좀 아쉽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도 "이 대표가 다른 뜻을 갖고 (발언)한 것 같지는 않고, 평소에 이 대표가 편안한 자리에 있다 보면 가끔 느닷없이 옛날 얘기를 하는데 그러다가 나온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것 때문에 서운하거나 상처받은 의원들이 계신다면 내가 대신 사과할 용의도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발언은 '의도된 실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의 이번 발언은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한 분노를 일으켜 비명계를 찍어내기 위한 의도가 진짜 속마음"이라며 "정말 통합할 생각이 있었으면 총선 때 통합을 했어야지, 비명계를 '공천 학살' 해놓고 통합한다고 하면 누가 그 진의를 믿겠나. 결국은 '쇼'라는 것이 이번의 실언으로 확인된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 대표의 비명계 인사들과의 연쇄 회동은 중단됐다. 10일 친노(친노무현) 적장자로 분류되는 이광재 전 국회사무총장과 회동하려던 것은 정국 상황을 이유로 연기됐으며, 김두관 전 의원과의 만남도 조율되지 못하고 있다.


김두관 전 의원은 "이 대표의 진심을 확인하지 않고 만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선(先)사과·후(後)회동'을 요구하고 있어 두 사람의 만남이 실현될 지는 미지수다. 전직 비명계 의원은 "이 대표가 과연 사과를 하겠느냐"고 가능성을 낮게 봤다.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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